체포영장 내밀자 “알았다, 가자”
변호인단 줄 샌드위치 만들기도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에 체포되기 직전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라가 종북 좌파들로 가득 차 있어 위기인데 2년 반을 더 해서 무엇하겠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공수처 수사도, 체포영장도 불법”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 체포가 임박하자 이날 새벽부터 관저 앞에 있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관저로 윤 대통령을 만나러 갔다. 김기현·나경원·이만희·이철규·윤상현·정점식·권영진·강명구·박충권·이상휘·조지연 의원 등 약 20명이다. 이중 윤상현·권영진·이상휘·박충권 등 4명의 의원은 일찍부터 관저에서 대기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대한민국이 위기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종북 좌파의 존재를 드러나게 하는 것이 나라를 위한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당 지지율이 오르는 상황을 언급하며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관저 앞 집회에 20대들이 많이 참석하는 모습을 봤다”며 “그래도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들어가는 것이 마음 편하다. 여기(관저)에 있어도 잘 나가지 못한다”며 의원들에게 당과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나는 가지만 종북 주사파에 단호히 맞설 때 우리도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유혈 사태가 발생할 것을 걱정해 ‘자진 출석’을 결정했다고 전해졌다. 당시 한남동 관저를 찾아 윤 대통령 체포현장을 목격한 윤상현 의원은 공수처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자식 같은 젊은 공무원들이 영장 집행 과정에서 불상사가 일어나는 걸 노심초사했다”며 “젊은 검사가 체포영장을 제시하며 한 장 한 장 설명하니까 (윤 대통령이) ‘알았다. 가자’고 말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른 아침부터 자신의 변호인단에게 줄 음식도 만드는 등 의연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윤 의원은 한 유튜브와 전화 연결에서 “어제 1시간 반 주무시고 아침에 샌드위치를 10개를 만드셨다고 한다. (관저에 있던) 변호인단들 다 주시겠다고”라면서 “우는 이들에겐 등을 두들겨 주시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대통령께서는 이미 모든 것을 각오하셨다. 감사원장까지 탄핵하는 것을 보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 내가 임기를 2년 6개월 더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라는 식의 생각을 하셨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10시 33분 공수처와 경찰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12·3 비상계엄이 발생한 지 43일 만이자 2차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 8일 만이었다. 현직 대통령이 체포되는 건 헌정사상 처음이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조사한 뒤 체포 시한인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