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펼칠 ‘미국 우선주의’ 기대감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와 자산운용사가 미국 시장 발길에 열을 올리고 있다.
21일 ETF체크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TIGER 미국S&P500 ETF’는 9676억 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이 기간 1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KODEX 미국S&P500 TR(5313억 원)’, ‘TIGER 미국나스닥100(2065억 원)’ 등에도 뭉칫돈이 쏠렸다.
미국 기술주 투자 열기도 뜨겁다. 같은 기간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2635억 원)’, ‘TIGER 미국나스닥100(2065억 원)’, ‘TIGER 미국필라델피아AI반도체나스닥(1322억 원)’, ‘KIWOOM 미국양자컴퓨팅(1277억 원)’ 등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투자자들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트럼프 2.0’ 수혜를 입을 만한 종목에 대한 옥석 가리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0일(현지시간)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존과 비슷하게 미국 우선주의를 거듭 강조했다.
특히 정보통신(IT), 인공지능(AI) 등을 비롯한 기술주는 트럼프 행정부가 글로벌 기술 패권 장악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에 투자심리가 달아오르고 있다. 관세 부과와 석유 등 화석연료 활용 확대, 불법 이민자 차단 등 1기 행정부와 유사한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투자자 기대를 부풀리는 요소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초선 당시 그의 취임식 이후 1년간 S&P500지수는 23.7% 상승했다. 섹터별로는 IT가 41%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금융, 헬스케어, 경기소비재 등도 시장 수익률을 웃돌았다. 정책 수혜를 직접적으로 누리는 산업과 경제를 주도하는 산업이 좋은 성적을 냈다는 설명이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금융, 산업재, 일부 에너지 섹터는 트럼프 1기 초기와 마찬가지로 기회가 생길 수 있다”라며 “결국 중심은 주도 성장 산업일 가능성이 크며,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과의 무역분쟁 본격화는 1기보다 지금이 더 뚜렷해졌다”라고 진단했다.
자산운용업계도 투자자 수요에 맞추기 위해 ’트럼프 수혜‘를 공략한 상품을 활발히 내놓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이날 미국 기업 중 미국 내 매출이 75% 이상인 중소형 제조 산업 40개 종목에 투자하는 ’ACE 미국중심중소형제조업‘을 상장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제조업 부흥책을 강조하고 미국 생산하는 기업 규제 완화 계획을 거론한 것이 그 계기다.
한화자산운용은 14일 미국 뉴스케일파워, 센트러스에너지 등 세계 원자력 발전 가치사슬 기업에 투자하는 ‘PLUS 글로벌원자력밸류체인’을 출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친원전 정책 가동으로 원전 기업의 실적이 탄력을 받을 여지가 커졌다고 사측은 보고 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천연가스 기업에 투자하는 ‘KoAct 미국천연가스인프라액티브’를 지난달 상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석유·천연가스 생산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공언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