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기부, 손해로 해석하기 무리하단 의견도
KT&G 산하 재단 증여 지분 0.87%에 불과
외국계 행동주의펀드 ‘기업흔들기’ 우려도
싱가프로계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가 KT&G에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수년째 이어진 FCP의 주주행동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국계 펀드가 지속·반복적으로 기업활동에 트집을 잡으면서 잡음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FCP는 1%를 소폭 밑도는 수준의 KT&G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본지가 2002년부터 올해까지 KT&G가 한 ‘자기주식처분 결정’ 공시 29건을 분석한 결과, 회사는 총 1088만 주가량의 자사주를 자사 장학재단과 사내근로복지기금, 우리사주조합, 퇴직 임원의 상여·퇴직금 등에 처분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FCP 측은 KT&G 전직 이사회가 우호 세력에 자사주를 무상, 또는 저가로 기부했다고 보고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자사주를 소각해 주주환원에 사용하는 대신 기부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단 것이다.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회사가 우리사주나 사내복지기금 등 임직원에 복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출연한 경우까지 문제 삼는 건 과도하다고 말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사주에서 나온 배당을 기금 재원으로 활용하면 기업의 비용 절감은 물론, 세금 경감에도 도움이 된다”라며 “기업이 직원에게 우리사주 의결권을 위임하라고 강요하는 등의 문제가 없었다면 회사에 손해를 입힌 행위로 규정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봤다.
KT&G 산하 재단(KT&G장학재단·복지재단)의 자사주 보유 비중에 국한해 봐도 KT&G의 자사주 출연 규모는 과도하지 않다는 분위기다. 업계는 KT&G 산하 재단(KT&G장학재단·복지재단)이 증여받은 지분이 0.87%(약 99만 주)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2002년 민영화로 사회적 책임이 커진 KT&G가 사회공헌을 위한 재원을 위해 재단에 출연한 것인데, 20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소수점 규모의 지분을 넘겼다면 오히려 소량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참고로 KT&G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은 지난해 기준 4.14%다.
KT&G가 자사주 소각 계획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는 FCP의 주장이 일방적이라는 KT&G의 의견에 동의하는 경우도 많다. 이미 KT&G가 2023년 밸류데이에서 이미 중장기 주주환원 계획을 밝힌 데다, 지난해 11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도 자사주 소각 계획이 있어서다. KT&G는 지난해 총 711만 주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했는데, 목표치를 넘긴 846만 주를 소각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 시장은 FCP가 단기수익 등을 위해 매해 무리한 주장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앞서 FCP는 2023년에 인삼 사업 부문 인적분할 건을 주총 안건으로 상정해달라며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실현할 수 없는 사항이라며 이를 기각했다. 지난해 10월에는 KGC인삼공사 투자의향서를 KT&G에 전달했으나, 성사되기 어려운 거래였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앞서 KT&G는 2006년 칼 아이칸과의 경영권 분쟁과 2018년 기업은행의 백복인 KT&G 사장 선임 반대 건 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