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증권사 기업공개(IPO) 관계자의 토로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밸류업 정책의 일환으로 IPO 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데 대한 반응이다. 개편안에는 단기차익에 초점을 둔 IPO 투자를 장기 가치 기반 투자를 활성화하는 쪽으로 개선하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담겼다. 기관투자자가 시장을 단타 놀이터로 만드는 만큼, 주관사의 책임과 역할을 대폭 높여 이를 막겠다는 의도다.
IPO 주관사로 선정된 증권사는 공모주의 40% 이상을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의무보유) 확약을 한 기관투자자에게 먼저 배정하도록 했다. 청약 미달 시에는 주관사가 직접 미배정 주식의 일부를 6개월 이상 떠안아야 한다는 조항도 들어갔다. 또 수요예측 과열을 막기 위해 초기에 참여하는 기관에 더 많은 공모주 배정 가점을 줘야 한다. 주관사의 책임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하지만 제도 개편안 어디에도 개인 투자자의 단타를 제약하는 제도는 보이지 않는다. IPO 시장을 단타 놀이터가 된 책임이 비단 기관투자자에게만 있지 않은데도 말이다. IPO 시장 왜곡에는 기관뿐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늘어난 개인투자자의 책임도 있다. '따블(공모가의 2배로 상승)', '따상(공모가 2배의 시초가 후 상한가)' 등을 노린 개인투자자들이 단기 수익률만 노리고 청약에 참여했다가 상장 당일 팔아치우는 문화가 상장 초기 공모주 주가를 롤러코스터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어서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내놓은 '코로나19 이후 국내 IPO 시장 투자자의 정보 가치 변화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IPO 공모 시장에 참여하는 기관과 개인투자자가 모두 코로나19 이후 약 2배 증가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이후 개인투자자의 참여가 IPO 공모주에 따라 큰 차이를 보여 이들의 증가가 IPO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문제의 한 쪽 원인만을 고려하면 반쪽짜리 제도가 될 수밖에 없다. 단타를 노리는 개인이 있는 한 기관의 의무보유를 확대하고 매도를 제한한다면 시장에서 거래되는 유통물량이 줄어 합리적인 시장가격 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개인들이 공모주 단타수익 기회를 독점한 상황에서 상장 첫날 개인간 거래만 있으면 주가 변동성이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시장 왜곡의 원인이 된 한쪽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제도는 시장 설득력을 잃기 마련이다. 오히려 제도의 부작용만 두드러질 수 있다. 주관사의 책임만 강화한다는 것은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수익구조 다변화가 시급한 주관사 입장에서는 소극적인 태도로 이어져 안 그래도 어려운 IPO 시장을 더 냉각시킬 수 있다. 수요예측 참여 시점을 분산하는 것도 여러 기업의 수요예측이 중첩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쏠림 현상을 극대화해 양극화 현상을 빚을 공산이 있다.
모두를 만족하게 하는 완벽한 제도는 없다. 이번에 나온 개선 방안 역시 IPO 시장의 신뢰와 건전성을 높인다는 취지에 공감 못 할 바도 아니다. 새로운 제도에 따르는 누군가의 양보와 희생도 필연적이다. 다만 제도가 최대한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고 지속할 수 있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보완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