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부품회사에서 로봇까지”... 엡손 84년간 ‘성공 신화’ 살펴보니 [르포]

입력 2025-02-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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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가노현 스와에 위치한 세이코엡손 본사 전경. (박민웅 기자 pmw7001@)
▲일본 나가노현 스와에 위치한 세이코엡손 본사 전경. (박민웅 기자 pmw7001@)

세이코 엡손의 역사는 창업자 야마자키 히사오가 강조한 ‘성실’과 ‘노력’의 정신에서 시작됐다. 엡손은 이러한 정신을 미래에도 지속해 계승해 나가겠다는 목표다.

5일 방문한 일본 나가노에 위치한 세이코엡손 본사에 있는 모노즈쿠리 박물관과 기념관. 이 곳에서는 엡손의 84년 간의 긴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 세계 최초의 쿼츠 손목시계부터 소형 경량 디지털 프린터에 이르기까지, 창업부터 현재까지의 모습이 한곳에 담겼다.

모노즈쿠리란 우리말로 이른바 ‘장인 정신’을 뜻한다. 장인정신의 깊은 철학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내겠다는 야마자키 히사오 창업자의 의지가 돋보였다.

▲엡손 기념관 전경 (박민웅 기자 pmw7001@)
▲엡손 기념관 전경 (박민웅 기자 pmw7001@)

엡손 역사의 첫 시작은 194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업 초기 시계 부품을 만들던 작은 회사는 정교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프린터, 프로젝터 등 사업 영역을 크게 넓혔다. 지금은 어느덧 전 세계 81개 지사, 전체 8만여 명이 근무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일본 나가노현에서는 유일한 대표 대기업으로 꼽힌다.

후지사키 코지로 엡손 기업 마케팅 부장은 “창업자가 강조한 회사의 기본 이념은 바로 ‘성실’과 ‘노력’이었다”며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처음에는 오차가 없는 시계부터 시작해 모든 제품을 더욱 정밀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엡손은 ‘고효율’, ‘초소형’, ‘초정밀’이라는 혁신 철학을 바탕으로 다수의 ‘세계 최초’ 타이틀의 제품을 만들어 냈다. 세계 최초의 디지털 쿼츠 시계, 소형 디지털 프린터, 휴대용 컴퓨터, 잉크젯 프린터 등 수많은 최초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1969년에 제작된 최초의 디지털 쿼츠 시계 '세이코 아스트론 35SQ' (자료출처=엡손)
▲1969년에 제작된 최초의 디지털 쿼츠 시계 '세이코 아스트론 35SQ' (자료출처=엡손)

이날 전시관에서 이목을 사로잡은 것은 1969년에 제작된 최초의 디지털 쿼츠 손목시계 세이코 아스트론 35SQ였다. 1950년대 당시 쿼츠 시계는 높이 2.1m, 넓이 1.3m 규모의 거대한 캐비넷 형태의 모습이었다. 이를 단 3cm 수준으로, 손목에 찰 수 있는 작은 사이즈로 구현한 것은 당시로서는 기적에 가까운 기술력이었다. 또한 대량 양산도 가능하면서 손목시계 대중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엡손의 시계 제조에서 쌓아온 초정밀 기술력은 자연스럽게 프린터로 옮겨갔다. 그중에서도 오늘날 전 세계에 엡손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제품이 있었으니, 바로 최초의 소형 디지털 프린터 ‘EP-101’이다.

▲엡손 최초 프린터 'EP-101' (박민웅 기자 pmw7001@)
▲엡손 최초 프린터 'EP-101' (박민웅 기자 pmw7001@)

엡손은 1964년 도쿄올림픽 공식 타임 키퍼로 선정된 이후 국제 스포츠 경기에서 기록 시간을 빠르고 정확하게 측정하고, 출력할 수 있도록 해당 프린터를 개발했다. 백 분의 1초까지 측정해 오차가 단 0.02초 수준에 그쳤다. 이렇게 초정밀 하면서도, 기존 프린터 대비 20분의 1 정도의 저전력으로 구동할 수 있어 시대의 역작으로 꼽혔다.

이후 엡손은 차세대 프린터를 지속 개발하면서 현재도 주력 사업으로 키워가고 있다. 2023년 기준 엡손의 전체 매출 12조4018억 원 가운데 약 70%(8조6686억 원)가 프린터 사업에서 나왔다. 잉크젯 프린터 시장에서는 점유율 32%로 2위, 전체 프린터 시장에서는 20% 점유율로 3위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엡손이 제작한 올림픽 공식 타임 키퍼 프린터 (박민웅 기자 pmw7001@)
▲엡손이 제작한 올림픽 공식 타임 키퍼 프린터 (박민웅 기자 pmw7001@)

엡손은 새로운 먹거리로 로봇 사업을 점찍었다. 전시관에는 엡손이 1993년 개발한 부피 1cm³의 초소형 자율 이동 로봇 ‘무쥬’를 만날 수 있었다. 이 로봇은 초소형 스테핑 모터와 저전력 IC를 활용해 빛의 방향을 파악하고 스스로 움직인다. 실제로 무쥬 앞에 손전등으로 빛을 비추자 방향을 바꾸며 앞으로 전진했다. 무쥬는 1994년 세계에서 가장 작은 로봇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엡손의 초소형 자율 이동 로봇 '무쥬'가 손전등으로 불빛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박민웅 기자 pmw7001@)
▲엡손의 초소형 자율 이동 로봇 '무쥬'가 손전등으로 불빛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박민웅 기자 pmw7001@)

현재는 로봇 기술을 발전시켜 산업용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식료품이나 약품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스카라 로봇의 경우 글로벌 전체 시장 점유율 22%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후지사키 코지로 부장은 “로봇은 향후 성장 영역 중 하나다. 투자를 지속해나가겠다”며 “현재는 프린트 사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앞으로 다른 성장 영역을 넓혀 나가는 데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엡손이 제작한 산업용 로봇. (박민웅 기자 pmw7001@)
▲엡손이 제작한 산업용 로봇. (박민웅 기자 pmw7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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