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강제동원·폐질환 앓아…해방 이후 후유증 사망
실제 배상은 요원해…“국내에 자산 확인된 日 기업 없어”
일제 강점기 일본 홋카이도 미쓰이광산으로 끌려가 고초를 겪은 피해자 유족이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소송이 제기된 지 5년 만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1단독 조형우 판사는 최근 강제동원 피해자 고(故) 박손석 씨의 유족 12명이 니혼코크스공업 주식회사(전 미쓰이광산)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당시 피고의 불법 행위로 인해 망인이 정신적 고통을 입었음은 경험칙상 분명하다”며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니혼코크스공업이 상속 비율에 따라 208만 원~1146만 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유족에게 각각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니혼코크스공업은 일제강점기 전범기업인 미쓰이광산 주식회사의 후신이다. 미쓰이광산은 홋카이도 일대에서 미이케 탄광, 스나가와 광업소 등을 운영하며 군수 물자를 조달했다.
박 씨는 28살이던 1938년 7월 미쓰이스나가와광업소에 강제동원됐다. 그는 열악한 환경에서 갱내 채탄작업을 한 탓에 폐질환을 앓았고, 채탄운반 작업 중 사고가 발생해 큰 부상을 입기도 했다.
해방 이후 1946년 한국으로 귀환했지만, 폐질환으로 인한 후유증에 시달리다 1979년 1월 사망했다. 이에 박 씨의 자녀 등은 2020년 4월 소송을 제기했는데 문서 송달 등 문제로 소송이 지연되다 5년 만에 1심 선고가 났다.
니혼코크스공업 측은 일본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이 인정되지 않고, 1965년 맺은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배상 책임이 이미 소멸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대한민국이 사건의 당사자 및 분쟁이 된 사안과 실질적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을 적용했다.
피해자 측 대리인 전범진 변호사(법무법인 새솔)는 “한국 내에 니혼코크스공업의 주식 보유 지분 등이 있는 회사가 파악되지 않아 강제집행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나 일본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배상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