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정신건강 관리 '빨간불'…대책 마련 나선 교육당국 [긴급점검 학교가 위험하다]

입력 2025-02-1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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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육청 질환교원심의위원회 2021년후 한 차례도 안 열려
전문가들 "교사 된 이후 정신적 문제 걸러내는 과정 없어"

▲11일 오전, 초등생 1학년 여아가 살해당한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 시민들이 두고 간 편지와 꽃, 과자, 인형 등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11일 오전, 초등생 1학년 여아가 살해당한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 시민들이 두고 간 편지와 꽃, 과자, 인형 등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대전 초등생 피살 사건과 관련해 가해 교사가 우울증으로 휴직했다가 복직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번 사건이 교육당국의 교원 정신건강 관리 공백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사의 교직 생활 중 발생하는 정신 질환에 대해서는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검사가 없다. 대신 정신적·신체적 질환이 있는 교원이 교직 수행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지를 심의하는 '질환교원심의위원회'를 통해 필요한 경우 휴직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해당 심의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질환교원심의위원회는 교육감이 관련 심의 요청을 받으면 사안을 확인한 후 개최된다. 심의 요청은 교육지원청 교육장 또는 본청 부서장이 특별장학 혹은 감사를 실시한 결과 질환 교원에 대한 심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진행된다.

이후 해당 교원이 교직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교육감 직권으로 휴·면직을 권고할 수 있다. 다만 심의위가 열릴 수 있는 조건이 다소 까다로운 까닭에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전시교육청은 2015년 9월부터 질환교원심의위원회를 운영해왔지만, 2021년 이후론 한 차례도 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를 개최할 사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통상적으로 1~2년씩 열리지 않는 위원회가 굉장히 많다"며 "관련 규정이 미비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교사가 되기 전에는 정신적 문제에 대한 검사가 이뤄지지만, 이후에는 관련 문제를 걸러낼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주형 교수는 "교원 양성 과정 중에는 적인성 검사가 이뤄지지만, 그건 형식적인 것이긴 하다"며 "교사가 된 이후에는 정신적인 문제나 스트레스 등을 진단할 수 있는 체제는 갖춰졌지만, 그에 따라 교직에서 배제하거나 이런 과정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교원능력개발평가제도를 통해 문제가 있는 교사들이 일부 걸러지기도 했다"며 "지금은 그런 시스템이 없어지면서 문제의 교사를 조기 발견하거나 조치를 취하는 제도가 무너졌다"고 덧붙였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사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행정 당국이 판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교사 중 우울증이 있는 경우도 많을 텐데, 본인이 자진해서 알리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각 시도교육청도 이날 긴급 회의를 열어 안전 상황을 점검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돌봄교실 등 전방위적으로 안전 상황을 점검하며 대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고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학생을 서울교육공동체와 함께 가장 무거운 마음으로 애도한다"며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의 안전에 대한 모든 위협에 대해 빈틈없는 점검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도 이날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통해 "더할 수 없는 큰 충격과 슬픔에 빠지셨을 유족분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심각한 정신질환이면, 교단에 서서는 안 된다"며 "임용단계 중 검증, 근무 중 문제는 없는지, 주위 평가 등 걸러내는 방안을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교원단체들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대전교총은 “수사 기관과 교육부·대전시교육청은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진상과 원인을 규명하고 예방·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길 촉구한다”며 “학교에서 학생의 안전을 위협하는 어떠한 행위도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천교육교사모임도 “어린 학생들의 안전은 학교와 교사·지역사회와 국가 전체가 책임져야 하며 어떤 이유로든 학생에게 끔찍한 폭력을 행사한 사건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사건이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교육 현장에서의 구조적 문제와도 관련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황망한 사고 소식에 비통하고 참담한 마음 금할 길 없다”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어떠한 의혹도 남기지 말고 유가족의 원통한 마음을 풀어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전날(10일) 대전 서구 A 초등학교에서 1학년 B양이 같은 학교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학교는 11일 휴업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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