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부터 2개월간 영업정지로 가동률에 치명타…올해 실적 우려 더 커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재무구조 효율화를 내세우며 MBK와 함께 고려아연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시도하고 있는 영풍이 지난해 경영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에 이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할 경우 경영 능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하면서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차지하려는 시도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더욱 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IB업계에 따르면 영풍은 지난해 잠정 실적을 조만간 공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분위기는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먼저 실적을 공시한 고려아연의 경우 부진한 업황 속에 그나마 매출을 끌어올리고 희소금속 회수율을 높이며 방어에 나섰지만, 영풍은 생산 제품이 아연과 황산 등으로 한정돼 있는 데다 생산량을 늘리는 등 매출 확대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기 부진의 여파가 고스란히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분위기 속에 영풍의 적자 폭이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1000억 원이 넘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지난해 철강과 이차전지 등 관련 시장 업황이 좋지 않은데다 영풍의 부진한 조업률 등을 감안할 때 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석포제련소의 가동률은 각종 환경오염 문제 등으로 지난해 3분기 기준 50%대로 하락해 반토막 난 바 있다. 여기에 영풍 장형진 고문의 장남 장세준 부회장이 이끄는 코리아써키트 등 부진한 계열사의 경영 성과까지 영풍의 실적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
올해 들어서는 58일간의 조업정지로 실적은 더욱 크게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풍 석포제련소의 조업정지는 당장 이달 26일부터 오는 4월 25일까지로 예정돼 있다. 준비기간과 재가동을 위한 기간까지 포함하면 4개월가량 정상적인 조업이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실적 공개로 영풍의 경영 능력은 시험대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영풍의 경영 능력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짙어지면서 고려아연 주주들이 영풍·MBK 측의 이사회 장악에 반대하는 기류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가간 갈등이 커지고 있고, 기업들의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일수록 안정적인 운영과 경영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고려아연 사태도 이런 측면에서 빠르게 해결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