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 10’ 중 8개 중국 자동차…중앙아·동유럽 시장 공략 방안도 거론
![▲현대차 러시아 전략형 소형차 쏠라리스가 러시아 공장 안에서 이동하고 있다. (사진=현대차)](https://img.etoday.co.kr/pto_db/2022/02/20220228121518_1723129_910_455.png)
3년째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미국과 러시아의 첫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종전 기대감이 커지면서 현대자동차의 러시아공장 바이백(재매입) 실행에 관심이 쏠린다. 러시아 시장 재진출을 위해 바이백 조건이 작동할 가능성이 있지만, 경제적 여건 등을 고려하면 실행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바이백 시한은 올해 말이다. 앞서 현대차는 러우 전쟁 여파로 가동이 중단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2023년 12월 1만 루블(약 14만 원)에 매각했다. 당시 현대차는 이 공장을 인수한 러시아 벤처캐피탈 아트파이낸스와의 매각계약에 2년 이내에 되살 수 있는 권리(바이백) 옵션을 포함했다. 현대차는 “확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이지만, 러시아내 자동차 수요가 증가하거나 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현대차가 공장을 재매입해 생산을 재개할 이유도 커질 수 있다.
관건은 러시아 자동차 시장 회복 여부다. 시장 분석기관 오토스탯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에서 판매된 신차는 총 157만1272대로 전년 대비 48.4% 늘며 회복세를 보였다. 러시아의 자동차 시장 연간 규모는 약 150만~200만 대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약 2%를 차지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내 자동차 수요가 증가하거나 현대차 공장을 매입한 아트파이낸스와의 관계가 원만하고 시설 유지 상태가 양호하다면 현대차가 공장을 재매입해 생산을 재개할 유인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관련 뉴스
러시아 시장이 현대차의 글로벌 전략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점도 바이백 옵션 실행 가능성을 높인다. 현대차 러시아공장은 연간 최대 20만 대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중단 전까지 솔라리스, 크레타, 기아 리오 등의 모델을 주로 생산했다. 특히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동유럽과도 인접해 있어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유럽 지역을 연결하는 핵심 공급망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재매입과 생산 비용 등 경제적 요건을 고려해 현대차가 바이백을 행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단돈 14만 원에 공장을 팔았던 현대차가 이 공장을 재매입하려면 현재 시세로 되사야 한다. 러시아 공장의 장부가액은 2870억 원에 달한다. 현대차가 러시아 공장 철수로 피해를 본 1조1300억 원 규모에 공장을 되살 때 수천억 원의 지출이 추가로 예상된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다.
전쟁 기간 현대차와 서방 자동차 브랜드의 공백을 중국기업이 차지했다는 점도 시장 재진출을 주저하게 한다. 지난해 러시아 신차 판매 ‘톱10’ 중 8개는 중국 자동차 브랜드가 휩쓸었다. 앞서 일본 닛산은 지난해 10월 바이백 조건을 넣으며 러시아내 공장 등 자산을 1유로(약 1400원)에 매각했다. 프랑스 르노도 지난해 5월 모스크바 공장을 단돈 1루블(약 17원)에 매각한 바 있다.
경제적 효과 등을 고려해 현대차가 러시아 공장을 다시 사들이기보다는 아트파이낸스 혹은 러시아내 다른 제조업체와 협력해 간접적으로 생산을 재개하는 방법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등 인접 시장에 집중해 대체 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방안으로 꼽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지정학적 위험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닛산과 르노를 지켜보며 재진출을 위한 장기 계획을 수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넉넉하지 않은 바이백 시한 내에 천문학적인 투자금 집행을 결정하기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