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상들 긴급 회동…트럼프 ‘우크라이나 종전’ 독단 행보에 반기

美 트럼프, 단독으로 러ㆍ우 종전 협상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긴급회동 제안
종전 과정서 EU 주도권 확보에 총력
유럽 주도 우크라이나 평화유지군 논의

▲유럽 주요국 지도자들이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 모였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과정에서 주도권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엑스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독단적 행보에 반발한 유럽 주요국 지도자들이 프랑스 파리에 긴급히 모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둘러싸고 유럽 주요국을 배제한 채 러시아와 직접 협상을 추진 중이다.

17일(현지시간) 유로뉴스와 프랑스24 등에 따르면 이날 영국과 독일ㆍ프랑스ㆍ이탈리아ㆍ스페인ㆍ네덜란드ㆍ덴마크ㆍ폴란드 정상이 프랑스에 모였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에서 열린 이번 비공개 회동에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참석했다. 회동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제안으로 전격 성사됐다.

회동은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나서기로 하자 긴급하게 이뤄졌다. 그가 유럽과 관계를 간과한 채 러시아와 직접 대화에 나서면서 대응책 마련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이날 긴급 회동에서는 우크라이나 종전 과정에서 유럽의 입장 반영, 종전 협상이 성사된 이후 우크라이나의 지속적 평화 보장, 유럽의 자체 안보 강화 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회동을 위해 파리에 도착한 직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럽의 안보가 전환점을 맞았다”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것이지만, 우리 모두와 연관돼 있다”라고 밝혔다.

코스타 EU 상임의장도 소셜미디어에 “이번 회의는 하나의 과정”이라며 “EU와 회원국들은 이 과정에서 중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에 주둔할 EU 중심의 ‘평화유지군’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현재 EU 회원국 가운데에는 영국과 프랑스가 파병에 가장 적극적이다. 프랑스가 평화유지군 파병을 제안했고, 전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언론사 기고문을 통해 동의했다. 유엔이 아닌, EU가 주도하는 평화유지군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EU 회원국 가운데 이날 파리 회동에 비판적 시각을 내비친 곳도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친러시아 성향의 헝가리는 외무장관 성명을 통해 “불만에 가득 찬 EU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의 평화 협정을 막으려 한다”며 “우리는 미국과 러시아의 협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도 이날 회동, 특히 유럽 주도의 평화유지군 창설을 비판하며 “EU가 관여할 수 없는 주제”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