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성니코틴 담배 규제 입법이 또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합성니코틴을 사용한 전자담배를 담배에 포함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담배로 인정되면 세금을 내야 하고, 청소년에 대한 판매가 금지된다. 막대한 세수결손을 낳고 청소년 흡연을 부추기는 현행 제도의 폐해를 줄일 수 있지만, 정치권이 합성니코틴 사업자 눈치를 보다 무릎을 꿇은 모양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는 18일 담배사업법상 담배 정의를 기존 ‘연초의 잎’에서 ‘연초 또는 니코틴’으로 확대하는 ‘원 포인트’ 법안 심사 회의를 했지만, 결국 통과가 불발됐다. 일부 의원이 “급하게 처리할 필요가 없다”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합성니코틴에 대한 조기 규제는 물 건너간 셈이다. 액상 전자담배에 왜 그리 관대한지, 국회에 묻지 않을 수 없다.
현행법상 합성니코틴 전자담배는 담배에 해당하지 않는다. 담뱃잎을 쓰지 않고 니코틴이 들어있는 액체를 기화시켜 흡입하게 하는 액상형은 담뱃잎이 탈 때 발생하는 타르가 없다. 이에 궐련형보다 ‘덜 해롭다’라는 마케팅으로 큰 인기를 누리게 됐다. 청소년 진입 장벽도 낮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청소년 흡연자의 32%가 액상 전자담배로 흡연을 시작했고, 그중 60%가 현재 일반 궐련 담배를 피우고 있다. 국가가 흡연인구를 키우는 형국이다.
합성니코틴 제품에 부과하지 못한 제세부담금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기존 담배에 적용되는 담배소비세, 건강증진부담금 등의 세금도 훨씬 적게 부과된다. 국회 송언석 기획재정위원장에 따르면 2021년~2024년 8월 합성니코틴 제품에 못 걷은 제세부담금은 3조 원 이상이다. 과세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이날 소위는 기재부가 마련한 합성니코틴 사업자 피해 최소화 방안에 따라 과세와 담배 소매업체 거리 제한 규제를 총 2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이해관계자 반발을 우려해 당근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면서도 합성니코틴 개정안 처리는 하지 않았으니 어이없다. 청소년 건강권과 담배 소매인 13만 명의 영업권은 도외시한 결과 아닌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안을 다룰 때는 최우선으로 무엇이 중요한지 가늠할 필요가 있다. 액상 전자담배의 경우, 안전성이 최고의 가치다. WHO는 2023년 액상 전자담배가 초래할 중독 위험과 유해성, 아동·청소년을 유인하는 마케팅 등에 대해 국가 단위의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OECD 38개 회원국 중 한국과 일본, 콜롬비아를 제외한 35개국에서 궐련 담배에 준해 규제한다. 최근 보건복지부 연구용역 결과에서도 합성니코틴 원액에 발암성, 생식독성 등 유해물질이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데도 급하게 처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우리 국회 수준이다. 납득이 되겠나.
액상 전자담배도 일반 담배와 같이 공평하게 관리하고 규제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청소년 피해와 새로운 유해성 확인, 과세 형평성 등만 봐도 그래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국민 건강, 생명과 직결되는 사안을 포퓰리즘 시각으로 다뤄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