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심각한데…건설업계 '맏형' 현대건설, 출산 여성 '절반'만 육아휴직

입력 2025-03-2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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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계동 사옥. (사진제공=현대건설)
▲현대건설 계동 사옥. (사진제공=현대건설)

현대건설에서 출산 후 자녀 양육을 위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여성직원이 둘 중 한 명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계 안팎의 다른 기업 대다수는 열에 여덟~아홉이 쓰는 것과 비교해 크게 낮은 수치다. 우리 사회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전방위적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 뒤처져 있는 것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지난해 육아휴직 사용률은 6.73%를 기록했다. 관련 내용을 공시한 10대 건설사 7곳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육아휴직 사용률은 출산 1년 이내에 육아휴직을 사용한 사람의 비율이다. 출산 1년 이내 육아휴직 사용자 수를 출산 1년 이내 자녀가 있는 근로자 수로 나눠서 구한다.

현대건설 여성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55%로 나타났다. 통상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붙여서 아이의 첫돌 이후 복귀하는 사례가 많은데 현대건설에서는 절반 정도가 출산휴가만 쓰고 돌아오는 셈이다. 앞선 2년의 여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각각 47~48%대로 50%를 밑돌았다.

전체 육아휴직 사용률이 33.5%로 가장 높은 삼성물산(상사·패션·리조트 포함)은 여성의 사용률이 91.5%다. 2022~2023년에도 90% 이상을 기록했다.

GS건설과 DL이앤씨도 90%가 넘는 여성 직원이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대우건설은 80%, 포스코이앤씨는 70% 수준이다.

전체 사용률로 보면 삼성물산 다음으로 GS건설(31.3%)이 높았다. 이어 DL이앤씨(20.5%), 대우건설(18.6%), HDC현대산업개발(18%) 순이다. 포스코이앤씨는 7.56%였다.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는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도 각각 4.2%, 3.7%로 가장 낮았다. 대우건설이 6.4%, 삼성물산은 9.8%였고 다른 건설사들은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두 자릿수였다. 특히 GS건설은 20%가 넘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육아휴직 사용률이 낮은 것에 관해 "계약직을 포함한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계산한 것이고 회사마다 산출 기준이 다를 수 있다"며 "유연근무제와 사내 유치원 운영 등 육아 지원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는 동시에 모든 직원이 편안하게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유독 낮은 것은 기업문화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중소·중견기업과 달리 대체 인력이 부족하지 않을 텐데 사용률이 낮은 것은 육아휴직을 쓸 때 눈치를 보게 되는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일 것이란 것이 중론이다.

실제 현대건설이 속한 현대차그룹은 다른 주요 그룹들과 비교해 육아휴직 사용률이 낮은 편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 사용률은 각각 15%다. 남성은 현대차가 7%, 기아는 9%를 기록했고 여성은 둘 다 90% 안팎이다. 포스코이앤씨와 같은 그룹사인 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전체 사용률이 각각 21.8%, 18.2%다.

삼성·LG·SK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은 전체 사용률이 낮으면 25%에서 높으면 60%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전체 39.5%, 남성과 여성은 13.6%, 97.8%다. 삼성생명은 전체 사용률이 59.8%다.

▲2024년 육아휴직 사용률.(단위: %) (자료=각사 사업보고서)
▲2024년 육아휴직 사용률.(단위: %) (자료=각사 사업보고서)

GS건설의 사례를 봐도 회사 분위기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GS건설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여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93~94%가량으로 건설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2023년부터 20%가 넘었다. 남성의 20%대 사용률은 대형 건설사 중 유일하고 업권을 넓혀도 사례가 많지 않다.

GS건설은 2010년 건설업계 최초로 사내 어린이집을 만들어 운영 중이며 지난해에는 임신·출산·휴가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를 대폭 확대하는 한편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데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GS건설이 지난해 보강·신설한 주요 지원 방안은 난임 시술비 5회 지원, 육아 휴직 법정 기간 1년 외에 추가 1년 사용, 배우자 추산 휴가 확대 등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실효성 있는 혜택으로 사내 제도를 강화하고 특히 눈치 보지 않고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사내 분위기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며 "사회적 문제 해결에 동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여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가장 낮았던 곳은 4%를 기록한 HDC현대산업개발이다.

이에 대해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출산 1년 이내가 아닌 육아휴직 사용 가능 직원 전체(자녀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를 기준으로 수치를 산정했기 때문"이라며 "실제로는 육아휴직 등을 자유롭게 쓰는 분위기이고 최근 3년간 출산한 여성 직원은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HDC현대산업개발의 사업보고서에는 다른 건설사들과 마찬가지로 '육아휴직 사용률은 당해 출생일로부터 1년 이내의 자녀가 있는 근로자 대비 당해 출산 이후 1년 이내 육아휴직을 사용한 근로자의 수'를 의미한다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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