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기아의 질주가 눈부시다. 미국 누적 판매 ‘3000만 대’가 연내 달성될 것이란 예고가 24일 나왔다. 현대차 그룹이 1986년 1월 ‘엑셀’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지 약 39년 만에 새 금자탑을 쌓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올해 2월까지 미국 누적 판매 대수는 2930만3995대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포함해 1711만6065대를 팔았고, 기아는 1218만7930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는 역대 최대 수준인 91만1805대, 79만6488대를 각각 판매해 GM(제너럴모터스), 도요타, 포드에 이어 2년 연속 4위를 차지했다. ‘엑셀’ 시대와 견주면 뽕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 것이나 진배없다.
현대차의 쾌속 주행은 우연의 소산이 아니다. 여러 박자가 맞아떨어진 덕분이다. 우선 현지 문화와 최신 트렌드에 대응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것이 주효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겨냥한 라인업 확대, 캐즘(일시적 시장 수요 둔화)에 맞선 전기차 경쟁력 제고, 제네시스를 통한 프리미엄 라인 확보 등이 대표적이다.
고(故) 정주영 선대회장으로까지 올라가는 그룹 특유의 ‘결단’과 ‘속도’도 빼놓을 수 없다. 돌이켜 보면 첫 고유 모델 ‘포니’ 개발 청사진이 나왔을 때 국내외 반응은 모두 부정적이었지만 선대회장은 단호히 첫발을 뗐다. 이어 “품질은 자존심이자 존재 이유”라는 정몽구 명예회장의 ‘품질 경영’이 해외 생산기지 구축의 발판이 됐다. 정의선 회장이 주도한 ‘프리미엄 경영’은 고급차·프리미엄차로 도약하는 견인차가 됐다. 3대의 기업가정신이 규모의 경제를 넘어 질적 성장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가 문제다. 그룹의 올해 국내 투자 규모는 24조3000억 원이다. 지난해 대비 3조9000억 원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안전 운행보다는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에 승부를 건 것이다. 지난해 9월 미국 GM과 포괄적 협력 협약(MOU)을 체결했다. 삼성전자와 손을 잡는 등 ‘미래차’를 위한 외연 확장도 본격화했다. 하지만 기회와 위험은 함께 가는 법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소용돌이 속에서 합종연횡이 다채롭게 전개되는 현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국가·기업 간 동맹·제휴도 활발하다.
자동차산업은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테슬라의 전기차 혁명이나 구글의 자율주행차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거시적 환경 변화, 기술 혁신 동향을 제 손바닥처럼 들여다봐야 한다. 국내 악성 노사관계, 고비용·저효율 생산구조 등의 악재도 반드시 넘어서야 한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전쟁도 험난한 도전이다. 현대차 그룹은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에서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을 갖는다. HMGMA는 단일 공장 투자액이 10조 원에 이른다. 지난달 2일 백악관은 트럼프 관세 정책 효과를 설명하면서 ‘모범사례’로 현대차의 신설 공장을 콕 집어 소개했다. 백악관의 내일을 예단하긴 어렵지만, 일단은 호재다. 기세를 살려 관세전쟁도 극복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