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원내대표가 31일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회동에서 본회의 일정과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등을 논의했지만, 끝내 합의하지 못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4시 다시 만날 예정이다.
국민의힘 박형수·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회동 직후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저희 당 입장에서는 지금 정부에서 주장하는 추경에 대한 논의, 산불 피해 대책, 또 외교적으로는 민감국가 문제, 경제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가운데 최상목 부총리가 경제 위기 시에도 미국 국채를 사는 문제, 더 나아가 헌정질서 유린되는 것을 큰 문제라 여긴다”며 “4월 1일부터 상시 본회의를 열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의장께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4월 1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하고 2, 3, 4일 국회 현안질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여야가 본회의 일정 합의를 이루기 어려워 민주당 입장에서는 오후 3시 국회 운영위원회를 열어 본회의 일정을 통과시킬 예정”이라고 했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이 얘기하는 민감국가는 이미 상임위 차원에서 충분히 논의했다. 추경에 대한 문제는 전체 회의에서 다루는 게 아니라 각 상임위에서 다루고 예결위 단계를 거쳐서 본회의로 와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3월 임시회는 4월 3일까지이다. 지난 27일에 열기로 한 본회의가 산불 때문에 순연됐으니 4월 3일 본회의 열고, 그 이후 4월 임시국회 일정 합의하면서, 필요하다면 긴급현안질의 하루 정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여야는 회동 초반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먼저 공개 모두발언을 시작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의 ‘10조 원 필수 추경’ 방침에 대해 “알맹이가 하나도 없는 쭉정이에 불과하다”며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상목 부총리는 미 국채에 투자할 시간은 있고 우리 경제를 살릴 추경안을 마련할 시간은 없었는지 답해야 할 것”이라며 “보다 과감한 투자만이 현재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 그때그때 찔끔찔끔 언 발에 오줌 누는 식 아니고 실질적이고 과감한 추경 편성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를 향해서도 “조속히 윤석열을 파면해야 된다”,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지 말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 즉각 윤석열을 파면하기를 촉구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힘을 향해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눈 윤석열이 여전히 국민의힘의 1호 당원”이라며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징계함으로써 최소한의 책임을 지는 태도를 보이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현직 대통령에 대해 ‘대통령’이라는 직함을 붙이기를 인색해 하는 민주당을 보면서 상대 당에 대한 존중이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윤석열, 윤석열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듣기가 거북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범죄 피고인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도 ‘이재명’이라고 불러도 여러분들은 아무 소리 안 하겠나”라면서 “직위를 불러주는 것 자체가 정치의 품격이라고 생각한다”고 맞받았다.
권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 박찬대 원내대표가 와있지만 지난 주말 헌법재판관 3명의 이름을 거명하면서 ‘을사오적의 길로 가지 말라’고 막말했다”라면서 “민주당 뜻대로 움직이는 헌법재판관은 독립운동가이고 민주당 뜻에 배치되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 을사오적이라는 말 자체가 헌법재판관에 대한 겁박이다. 이 부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에서 내각 총탄핵, 줄탄핵, 쌍탄핵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며 “이건 이성을 상실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직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