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발발 후 서방 자동차 업계 철수하며 中 점유율 확대
러시아 재진출 시 정책 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고려해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자동차 산업이 중국 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시장 점유율이 3년 새 8%대에서 60%대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자동차 업계가 러시아 시장에 재진출할 때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시장 변화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이 제기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1일 ‘러시아 자동차 산업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우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자동차 산업은 현지 및 중국계 기업 중심으로 재편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방의 대러 경제 제재로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한 사이 러시아와 중국 간 전략적 공조 강화로 중국계 기업들이 완성차 및 부품 공급을 대폭 확대한 결과다.
지난해 러시아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 대비 34.7% 증가한 98만3000대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 만리장성자동차(GWM)의 현지생산 확대와 체리, 지리 등의 반조립 제품 조립 증가로 중국계 기업들의 시장 기여도가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기간 자동차 판매량도 전년 대비 39.2% 증가한 183만4000대를 기록했다. 중국 기업들의 러시아 수출 확대, 현지 기업들의 생산 회복, 전쟁 특수로 인한 경제 활성화 등이 누적된 수요 해소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빈자리를 중국 기업들이 채우면서 러시아 자동차 산업 내 중국의 영향력은 대폭 확대됐다. 중국의 대러시아 자동차 수출량은 2022년 15만4000대에서 2023년 117만 대로 2년 사이 7.6배 급증했다. 러시아 승용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도 2021년 8%대에서 2024년 60.4%로 크게 늘었다.
러시아 정부는 전쟁 직후에는 중국산 자동차의 유입을 환영했으나, 최근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를 위해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저가 내연기관차 덤핑을 방지하고 기술 이전 및 현지생산 촉진을 위한 기술 규제 등의 보호 조치를 검토 중이다.
최근 러-우 전쟁 종전 협상이 진전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러시아 시장 재진출 가능성이 거론된다. 르노, 스텔란티스, 폭스바겐, 토요타, 닛산 등 유럽 및 일본 업체들의 복귀가 예상되지만 러시아의 우호국 중심으로 재편된 공급망과 시장구조를 고려할 때 재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보고서는 국내 자동차 업계가 러시아 시장 재진출을 고려할 경우 비용, 정책 변화, 시장 점유율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신중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AMA 관계자는 “러시아 시장은 전쟁 이전까지 한국 자동차 업계의 주요 수출시장인 동시에 생산 거점 역할을 해왔던 만큼 향후 성장 가능성이 있다”면서 “재진출 시 지정학적 리스크, 러시아 정부의 산업 보호 정책, 현지화 요구 등을 철저히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