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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으로선 외환은행 인수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했던 아픔이, 론스타 역시 자칫 하나금융을 놓칠 경우 한국 땅에 묶일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작용하면서 이번 외환은행 가격 재협상이 ‘속전속결’로 끝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환은행을 팔고 떠나려는 론스타나 사려는 하나금융 모두 하루라도 더 지체해봤다 득이 될 게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론스타에 대한 금융당국의 강제 매각명령으로 협상에서 우위를 점한 하나금융이 가격 재협상에서 나름대로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 내면서 인수대금 5000억원 가량을 깎을 수 있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를 확정지으면서 국내 금융권에도 지각 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단 하나금융은 명실상부한 국내 4대 지주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지난 3분기 말 기준으로 하나금융 자산 규모는 224조원이며 외환은행은 107조원이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총 자산 규모가 331조원으로 우리금융지주(372조원), KB금융지주(363조원), 신한금융지주(337조원)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면서 명실상부한 4강 체제로 완전히 재편되는 것이다.
영업망도 대폭 확충되는 효과가 있다. 하나은행 지점은 총 650개로 지점 수가 가장 많은 국민은행의 6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한 프라이빗뱅킹, 외환거래, 무역금융 등의 분야에서는 선두 자리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외국 진출은 총 22개국으로 늘어 가장 많은 국외망을 갖춘 금융그룹이 된다. 외국 점포 수는 36개에 달한다.
다만 금융당국의 승인여부, 론스타에 대한 ‘먹튀’ 논란은 아직까지 남은 과제다.
하나금융이 재조정된 가격을 반영한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신청서를 금융 당국에 제출하면 당국은 이를 검토한 뒤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내달 말까지 금융위원회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을 끝내지 않으면 론스타는 추가로 결산 배당금을 가져가게 돼 또다시 ‘먹튀’ 논란이 커질 수 있다. 이와 관련, 김승유 회장은 “론스타가 배당을 안 가져갔으면 좋겠다”며 정부가 빠른 승인을 해줄 것을 희망했다.
한편 외환은행 매각이 마무리되면 론스타는 1998년 한국에 처음 진출한 이후 13년 만에 ‘굿바이 코리아’를 하게 된다. 외환은행이 한국 내 마지막 자산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