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국민주택기금 총괄수탁은행 자리를 놓고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4월부터 우리은행을 비롯해 신한·하나·기업은행, 농협중앙회가 국민주택기금 수탁은행으로 대출지침 수립 및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이 중 우리은행은 총괄수탁은행으로, 나머지 4개 금융회사는 일반수탁은행으로 선정됐다. 우리은행이 담당하고 있는 총괄수탁은행 자리를 두고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간 물밑 경쟁이 시작 된 것이다.
국민주택기금 관리의 시작은 국민은행(구 주택은행)이었다. 지난 1981년 국민주택기금이 설치되면서 당시 주택은행에게 업무 위탁됐다. 그 후 주택은행이 민영화(1997년)되고 국민은행과 합병된 후에도 주택기금 관리는 국민은행이 전담했다. 그러나 국토해양부와 국민은행 사이에 위탁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면서 결국 입찰을 통해 현재 5개 은행이 관리하게 됐다. 2008년 입찰 당시 국민은행은 참여하지 않았다.
수탁은행으로 선정된 현재 은행들의 업무 종료 시점은 2013년 3월. 국민은행은 내년 입찰에 적극적으로 임해 총괄수탁은행 자리를 다시 되찾겠다는 각오다.
국민주택기금 규모는 35조원에 달한다. 기금은 사업자 대출과 수요자대출로 각각 이뤄지는데 일반 수탁은행은 청약저축, 전세자금 대출 등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수요자대출만 취급할 수 있는 반면 총괄수탁은행은 개인·법인사업자를 대상으로한 사업자 대출까지 가능하다. 사업자 대출의 규모가 통상 수요자 대출 보다 두 배 이상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총괄수탁은행이 되면 이미지 제고는 물론 경영에도 큰 도움이 된다.
현재 KB금융의 경우 민병덕 행장 뿐 아니라 어윤대 회장도 총괄수탁은행이 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여러가지 여건이 개선됐고, (내년에 실시되는) 입찰에 참여할 자세는 돼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공격에 맞서는 우리은행도 내부적으로 캠페인을 벌이는 등 ‘자리 사수’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주택기금관리 담당하는 부서에는 “국민주택기금 총괄수택은행 기필코 우리가사수한다”는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총괄수탁은행 자리를 넘기면서 시스템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느라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며 “최근 2년 새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수탁은행 자리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