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는 초기 사업비를 많이 떼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장기상품이기 때문 10년 이상 유지하면 연금저축 상품의 수익률이 좋아질 것이라고 얘기한다. 보험사 사업비에는 설계사 수당과 보험사 경비가 포함돼 있어 9~10%의 수수료를 뗀다고 한다. 투자자 처지에서 연금저축은 노후에 유일한 수입원으로 생명줄과 같아 단순히 돈을 불리기 위한 다른 금융상품과는 투자 개념이 다르다. 하지만 생명보험사나 손해보험사가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한 것을 보면 연금저축을 다른 금융상품과 똑같이 취급하는 것 같다. 한마디로 투자자들의 노후 안전판인 연금저축을 가지고 수수료 장사에 몰두한 것이다.
이에 대해 보험사는 “가입 초기 사업비가 수수료에 포함돼 상대적으로 타업권과 비교할 때 수수료가 높지만 타업권은 시간이 지날수록 수수료가 높아지는 구조라 장기적으로는 연금보험 수익률이 높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이 같은 말도 실제 보험유지율이나 수익률을 살펴보면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보험사들이 장기상품이라 10년 이상 장기 유지해야 수익률이 올라간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10년 이상 계약 유지율 50%를 넘는 연금보험은 단 3개에 불과했다. 심지어 10년 유지율이 14.7%인 곳도 있었다. 수익률은 더 참담하다. 생보사가 판매한 198개 연금저축 중 73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고 이 중 27개 상품은 수익률이 ―20%가 넘었다. 손보사는 236개 상품의 수익률이 -1.90%를 기록했다. 초기 사업비가 많이 든 것을 고려해도 수익률이 너무 저조하다. 결국 보험사 배만 불리는 것이다.
특히 보험사들이 기존 연금보험 상품의 저조한 수익률과 낮은 유지율로 상품판매를 중지하고 이름만 바꿔 새로 가입자를 모으는 점은 문제가 많다. 새 연금보험 상품이 기존 상품과 거의 유사한 구조로 되어 있다는 점에서 결국 투자자들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금융업계 한 전문가는 “연금저축은 무엇보다 안정적인 상품 운용이 중요한데다 장기상품이라 수수료율에 민감한 상품이다”며 “보험업계 특성상 설계사 수당이 포함돼 수수료율이 높을 수밖에 없어 이를 개선하지 않는 한 보험사보다는 다른 금융회사 쪽 상품으로 눈을 돌리는 게 낮다”고 주장했다. 보험사 연금저축 상품보다 은행이나 증권사 상품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연금상품은 일반 보장성 보험과 달리 관리비용이 많이 들어가지 않음에도 보험사가 높은 사업비를 책정한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노후를 담보로 수수료 장사에만 골몰하는 보험사들의 연금저축 상품 판매를 꼼꼼히 따져 문제가 있는 보험사는 아예 상품을 팔지 못하게 하는 제재가 필요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보험사들이 무조건 억울하다고 주장하기보다 이 같은 주장이 왜 나오는지 한 번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