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5달 만에 1050원을 상향돌파했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4원 오른 1053.8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4월 8일 종가인 1052.2원 이후 5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환율은 이날 4.6원 상승한 달러당 1049.0원에 출발한 후 고점을 1054.4원까지 높였다.
이는 우선 미국의 양호한 경제지표가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정상화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띤 데 따른 것이다.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6%로 상향 조정됐고 소비자심리지수는 1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이날 오후 2시쯤부터 엔·달러 환율이 109엔대로 가파르게 오르면서 엔저에 대한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고조됐고 이로 인해 원·달러 환율은 상승폭을 크게 확대했다.
8월 경상수지가 30개월째 흑자를 이어간 것은 원·달러 환율에 큰 하락 압력을 가하지 못했다. 최근 환율은 수급보다는 대외 요인에 따라 결정된다는 분석이다.
월말과 분기말을 맞아 많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됐던 네고(달러 매도) 물량도 수출업체들이 ‘더 기다려 보자’는 레깅(lagging) 전략을 취하면서 뚜렷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았다.
외국인들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8 거래일 만에 매수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환율 하락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홍석찬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미 달러 강세 기조, 유럽중앙은행의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 엔저로 인한 개입 경계감 등으로 인해 1050원선이 지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원·엔 재정환율은 이날 오후 3시 46분 5.08원 오른 100엔당 961.58원을 기록했다. 원·엔 환율은 엔저에도 원화가 더 큰폭으로 절하되면서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