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품·주류업계가 미래 먹거리로 뷰티를 낙점하고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바람이 불자 기존 뷰티업체뿐만 아니라 패션, 식품, 주류업체들까지 뷰티 시장에 진출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15일 식품·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그룹 계열사 서영이앤티는 지난해 10월 국내 화장품 제조·개발·생산(ODM) 업체 비앤비코리아를 인수했다. 가공식품 도소매업과 맥주 냉각기 제조·유통 사업을 영위해 온 서영이앤티가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잠재력이 높은 뷰티 사업까지 손을 뻗는 모습이다.
이는 내수 시장 감소 등으로 국내 주류 시장 성장이 정체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소주 소매시장 매출 규모는 2조3515억 원으로 전년 대비 5.4% 감소했다. 비앤비코리아는 달바, 메디큐브, 더마팩토리 등 100여 개의 거래처를 두고 있다. 허재균 서영이앤티 대표이사는 “비앤비코리아 인수를 통해 종합 식품을 뛰어넘어 라이프 스타일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새롭게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효유 사업이 주력인 hy도 화장품 브랜드 ‘프레딧 뷰티’를 앞세워 뷰티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23년 5월 앰플형 화장품 ‘NK7714 하이퍼 부스팅 앰플’을 처음 출시한 이후 크림형 화장품, 선 에센스, 젤 클렌저를 잇달아 내놓는 등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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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는 화장품 성분에 자체 개발 원료를 접목해 다른 화장품들과 차별화를 뒀다. 약 5년간 연구개발한 끝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피부 건강 기능성 원료로 인증받은 프로바이오틱스 ‘피부유산균7714’를 사용했다. 프레딧 뷰티 제품 4종의 누적 판매량은 작년 9월 말 기준 7만5000개를 돌파했다. hy는 작년 9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스토리칸 성수'에서 '프레딧 뷰티 팝업스토어'를 운영, 소비자 접점 넓히기에도 나섰다.

홍삼 건강기능식품을 주력으로 하는 KGC인삼공사는 2011년 뷰티 브랜드 ‘동인비’를 선보인 데 이어 올해 초 국내외에 ‘랩1899’을 발매하고 사업 다각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두 브랜드 모두 홍삼 성분을 활용한 화장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비건 화장품 브랜드인 랩1899은 전 세계에서 비건 인구가 가장 많은 미국을 적극적으로 공략 중이다. 랩1899는 세계적인 비건 인증기관 프랑스 이브 비건(EVE VEGAN) 인증을 획득했다. 저자극 화장품 랩 1899는 국내외 다양한 판매 채널로 유통망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주류회사 신세계L&B는 주류전문 매장 와인앤모어를 통해 작년 11월 3종의 화장품을 출시했다. 신세계L&B가 선보이는 화장품은 프랑스 부르고뉴산 ‘피노누아’ 와인이 들어간 것이 특징이다. 앞서 신세계L&B는 4월 ‘와인앤모어 뷰티(W&M Beauty)’ 상표권을 출원했다.
이처럼 패션업체부터 식품, 주류업체들까지 이종산업인 뷰티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내수 시장이 줄어들면서 신사업을 통한 활로를 찾기 위해서다. 화장품은 의류나 식품 등 여타 소비재보다 물류관리가 쉬운 데다, 마진율과 재구매율이 높아 수익 측면에서도 매력적이다.
식음료업계 관계자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뷰티 분야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면서 “전통적인 화장품 업체들 외에도 식품, 패션 기업들까지 뷰티 시장에 나서며 업체 간 경계가 흐려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