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서비스업 지수, 비ICT 서비스업 대비 35%↓
네카오 신입 공채 급감…개발자 신입 채용 한파
"AI 도입률, 청년 채용에 부정적 영향"
정보통신기술(ICT)업계의 채용 시장이 코로나19 당시보다 나빠졌다. 일각에서는 경기 불황과 함께 인공지능(AI)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ICT 분야 일자리에 구조적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2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ICT통계포털에 따르면 ICT 직종 온라인 노동지수는 15일 기준 95로, 2021년 10월 10일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46개월 만에 최저치이다. 온라인 노동지수는 2020년 4월 15일 온라인상 채용 공고 수를 100으로 환산해 지수 형식으로 산출한다. 통계는 주별로 작성돼 2주마다 게시된다. 지수가 ‘95’라는 것은 현재 ICT 직종 채용 공고 수가 코로나19로 인한 채용 한파가 극심했던 2020년 4월 15일보다 적다는 뜻이다.
IT 직종 온라인 노동 지수는 2020년 8월 4일 79로 저점을 찍은 뒤 꾸준히 상승해왔다. IT스타트업 및 개발자 채용 붐이 한참이었던 2022년 7월 11일 174로 최고치를 찍었다가, 올해 하반기 급격히 감소 추세를 그렸다.
채용 한파는 IT 직종만의 일은 아니다. 2024년 12월 15일 전산업 온라인 노동 지수가 145.5로 2021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고용 동향에서도 드러난다.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약 2882만 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약 12만 명 늘었지만, 취업자 증가폭은 11월 기준으로는 2020년 이후로 가장 적었다.
산업별 온라인 노동 지수를 살펴보면, ICT직종의 노동지수가 비ICT 직종 대비 낮았다. 15일 기준 ICT서비스업 노동 지수는 119, 비ICT서비스업은 161로 나타났다. 비ICT 제조업의 온라인 노동지수는 141, ICT제조업 노동지수는 123을 기록했다. 개발자 취업 호황기였던 2022년 5월 15일, ICT 서비스업 지수가 209 비ICT 서비스업 지수가 193이었던 것과 대조된다.
2022년 당시 코딩 열풍이 불며 각종 부트캠프가 인기였지만, 이제 IT업계에서는 부트캠프만으로는 취업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부트 캠프에서 공부 중이라는 취업준비생 A씨는 "부트캠프를 졸업해도 비전공자라 그런지 한 반에서 30명 중 절반은 중도 탈락하고, 1~2명밖에 취업을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때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 민족)라 불리며 꿈의 직장으로 꼽힌 주요 IT기업은 신입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다. 2021년 신입 공채로 838명을 뽑았던 네이버는 지난해 신입 공채 규모가 231명으로 급감했다. 특히 올해는 신입 공채 채용 규모가 두 자릿수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신입 공채로 994명을 뽑았던 카카오는 올해 아예 신입 공채를 진행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IT기업 고용 한파의 원인으로 인공지능(AI)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성형 AI 활용과 함께 기존 개발자의 생산성은 늘어나고 있지만, 신규 개발자에 대한 채용 수요는 감소하고 있다. 외국계 빅테크 기업에서 일하는 개발자 B씨는 "불과 2~3년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만큼 많은 양의 각종 업무를 혼자서 하고 있다"면서 "예전 같으면 인턴에게 시켰을 일을 이제 AI에게 시킨다"고 말했다.
KDI가 지난해 9월 국내 800개의 회사법인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중 AI를 도입할 예정인 기업의 45.7%가 신입사원 채용 수요가 다소 큰 수준(10~50% 미만)으로 감소할 전망이라고 답했다. 28.8%는 채용 수요가 미미한 수준(10% 미만)으로 감소할 전망이라고 응답했다.
KDI '인공지능으로 인한 노동시장의 변화와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 내 기업의 AI 영향률(전체 근로자 중 AI 도입 기업의 근로자 비율)이 10% 상승하면 남성 청년의 임금 근로는 3.3%p, 여성 청년의 임금 근로는 5.3%p 감소했다.
한요셉 KDI 연구위원은 △향후 AI 기술 도입 예정인 기업들의 신규채용 축소 전망이 높다는 설문 결과 △AI 영향률이 증가하면 지역 내 청년층 노동시장 성과에 부정적 영향이 있다는 실증 결과 등을 설명하며 청년 일자리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