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후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지금 이 이야기가 뜬금없이 떠오른 것은, 지난해 연말 만난 많은 이들의 눈빛에서 희망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특히 현재 담당하는 유통 분야의 관계자들 입에서는 "내년엔 좀 좋아지겠죠?" 같은 큰 희망을 걸지 않는 우울함이 섞인 대화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가운데 12월 초 예상치 못한 비상계엄 사태가 빚어졌고, 최근에는 항공기 사고로 많은 이들이 목숨까지 잃으며 개인적으로도 허망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 시간이었다.
여러 악재가 겹치며 올해 경기에 대해서도 어두운 전망만 계속해서 쏟아졌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기 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또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처음으로 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도(2025년) 성장 전망은 여러 하방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하향이 불가피한데, 잠재 성장률보다 소폭 밑돌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국의 잠재 성장률이 2%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1%대 후반에 그칠 것이라는, 사실상 성장 자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 경제성장률은 IMF의 외환위기와 2009년 신종플루, 2020년 코로나19 유행 때를 제외하곤 대부분 2% 이상을 기록해 왔다.
솔직한 경제부총리의 말은 일말의 기대에 대한 사형선고처럼 다가왔다. 한 해의 마무리를 앞두고 흔히 나누는 소망을 담은, 그나마 남은 인사치레가 쓸모없게 느껴졌다. 생활과 가장 밀접한 경제 분야 기사를 쓰면서 지난해 가장 많이 쓴 단어인 '고물가', '불황'을 '올해에도 많이 쓰겠구나'하는 씁쓸함도 몰려왔다. 최저가를 선호하는 소비 경향이 뚜렷하다던가, 가성비를 추구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던가, 어느 기업이 희망퇴직을 한다는 기사도 쏟아지겠다고 하는 복잡한 생각이 스쳐 갔다. 월요일을 앞두고 점점 우울함이 몰려오는, 그야말로 일요일 저녁 같은 연말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당장 모든 경제 지표가 어둡더라도 새해에는 한 번 더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 일요일 저녁이 지나가고 일주일이 지나면 금요일이 찾아오고 마침내 행복한 토요일도 찾아오기 마련이니 말이다. 매년 새로운 불행한 일이 생기지만, 그만큼의 행복한 일도 뒤따른다는 경험을 떠올려보며 작은 희망을 품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