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내 집 마련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셋방살이도 더욱 팍팍해지는 모습이다.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아파트 전세는 1년 새 4000만 원 안팎 비싸졌고 아파트의 대체재로 꼽히는 빌라와 오피스텔의 전·월세도 상승 행진을 거듭하고 있어서다.
8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평균가격은 6억3176만 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4474만 원 올랐다. 상승률은 7.6%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전세 평균가격이 4.6%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서울 전세 오름폭이 두드러진다.
강북 14개구는 4억8952만 원에서 5억2817만 원으로 3865만 원(7.9%), 강남 11개구는 6억7531만 원에서 7억2517만 원으로 4986만 원(7.4%) 상승했다. 강북지역에서 아파트 전세를 얻으려면 1년 새 4000만 원, 강남에서는 5000만 원가량이 더 필요해진 셈이다.
면적별로 보면 작은 아파트의 전세 오름폭이 컸다. 전용면적 60㎡ 이하인 소형은 3억7754만 원에서 4억1464만 원으로 9.8% 상승했다. 중소형(전용 60㎡ 초과~85㎡ 이하)은 8.4% 오르면서 6억2129만 원을 기록했고 중형(85㎡ 초과~102㎡ 이하)은 9% 뛰면서 8억 원대에 올라섰다. 중대형(102㎡ 초과~135㎡ 이하)과 대형(135㎡ 초과)은 각각 6.5%, 2.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자치구별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를 보면 서대문구(10.6%)의 오름폭이 가장 컸다. 중구와 성동구, 마포구, 강서구, 관악구도 8~9% 정도 상승했다.
가격이 우상향하는 가운데 전세 물건은 줄어들고 있다. 부동산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의 자료를 보면 이날 현재 서울 아파트 전세물건은 3만1025건으로 1년 전보다 13%가량 적다. 중구의 감소 폭이 47%로 가장 크고 강서구와 강남구, 영등포구, 중랑구, 송파구, 양천구 등도 30~40% 안팎 줄었다.
빌라와 오피스텔의 전·월세도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연립·다세대(빌라) 월세가격지수는 2023년 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22개월 연속 상승하며 104.87을 기록하고 있다. 빌라 전세가격지수는 지난해 5월부터 7개월간 올랐다. 오피스텔 월세가격지수는 11개월간 쉬지 않고 상승했다. 다만 전세가격지수는 지난해 6월부터 오름세를 보이다 11월 보합을 기록했다.
주택 공급 부족과 정치적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면 전·월세 가격의 오름세를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입주 물량이 부족해 전·월세가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인 데다 높은 집값 부담과 대출 규제 등으로 주택 매수를 미루고 전·월세에 머물려는 수요가 늘면서 오름폭이 커질 수 있다"며 "아파트는 물론이고 빌라, 오피스텔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상황에 따른 부동산 정책 불확실성도 매수 의사 결정 지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