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 상품 취급하지 말라는 건가”
“정부 확장 기조 역행…의미 더 지켜봐야”
이 원장은 14일 임원회의에서 “은행 자체 재원 정책자금대출이 2022년 이후 180.8% 증가하는 등 가계대출 내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은행의 기회비용 등을 감안할 때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자산 쏠림 리스크 및 건전성 악화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은행 자체 재원으로 공급되는 정책대출은 취급 후 일정 한도 내에서 기금이 일부 이차 보전을 해준다. 은행의 금리 역마진을 정부가 일부 메워주는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2년 말 24조7000억 원 수준이던 은행권의 자체 재원 정책자금대출 규모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69조5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은행권은 이 원장 발언의 의도를 파악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취급하지 말라는 뜻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아직 구체적인 지침은 없지만, 정부 방향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책대출을 늘리려는 국토교통부의 정책과 상충되는 부문(발언)은 있다”며 “정책대출이 실수요자,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어 무턱대고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은행 건전성 관리를 염두에 둔 통상적인 발언이 아니냐는 신중한 견해도 있다. 다른 관계자는 “추가 메시지가 나올 때까지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은행권이 이 원장의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전례 때문이다. 이 원장은 지난해 9월 은행권의 대출 정책과 관련해 오락가락 메시지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이 원장은 “가계대출 급증과 관련해 명확하지 않은 메시지를 내지 못한 부분, 그로 인해 국민이나 은행 창구 직원에게 불편과 어려움을 드린 점에 대해 송구하다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한 바 있다.
이날 이 원장은 법원이 추진 중인 미래등기시스템 도입에 대해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 취급 관련 혼선이 있을 수 있는데 금융소비자의 피해가 없도록 은행권 및 관련 기관과 긴밀히 소통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최근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상장폐지 목적의 공개매수가 크게 증가하는 과정에서 일반주주 보호에 미흡한 측면이 있다”며 대응을 지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