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축소 전망
K배터리
20일(현지시간)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 의무화 폐지'를 공식화하면서, 미국 현지 투자를 통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혜택을 누려온 국내 배터리 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기차 의무화 폐지를 위한 조치 중 하나로 "전기차를 다른 기술보다 우대하고 다른 종류의 자동차를 너무 비싸게 만들어 개인, 민간 기업, 정부 단체의 전기차 구매를 사실상 의무화하는 불공정한 보조금과 기타 잘못되고 정부가 강요하는 시장 왜곡의 폐지에 대한 검토"를 지시했다.
이는 IRA에 따른 전기차 관련 세액공제 혜택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회 통과 법안인 IRA를 전면 폐기하려면 상·하원 동의가 필요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 등을 통해 혜택을 대폭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
IRA의 보조금 정책은 크게 친환경차 세액공제(30D),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45X), 투자세액공제(48C) 등 3가지가 핵심이다.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는 배터리와 핵심광물 등이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고 미국에서 최종 제조된 차량에 대해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구매를 의무화하는 불공정한 보조금'은 이 혜택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된다.
AMPC 혜택 축소 여부도 관심사다. AMPC는 미국에서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배터리 셀은 킬로와트시(㎾h)당 35달러, 모듈은 10달러를 각각 지급한다. 미국에 진출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매 분기 수천억 원의 AMPC를 받아 실적을 보전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고려하면 미국 내 투자를 촉진하는 AMPC를 대대적으로 손질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많이 진출한 미시간·오하이오·조지아주 등은 공화당 우세 지역인데, 고용 창출과 지역 경제 발전 효과를 고려하면 지역 의원들이 IRA 혜택 축소를 반길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AMPC가 유지되더라도 구매 보조금 축소 자체가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으면 결국 배터리 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미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로 배터리 업계의 수익성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3년여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고, 삼성SDI와 SK온도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구자민 커빙턴앤벌링 조세전문 변호사는 17일 '트럼프 2.0 배터리 정책 대응 세미나'에서 "AMPC 혜택은 유지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지만 조항 변경으로 전기차 수요가 줄면 전기차와 배터리 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AMPC에 해외우려기업(FEOC) 조항을 추가해 세액공제 요건을 강화해 보조금 규모를 줄이는 방법도 있다. 표면적으로는 중국 업체들의 미국 진출 장벽을 높이지만, 중국산 핵심광물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에도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배터리 업계는 시장 환경 변화를 예의 주시하면서 유휴 생산라인 전환 등 효율적인 생산시설 운영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단기적으로 수익성 방어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캐즘 이후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