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비먼 전 USTR 대표보 특별강연
“미국이 균형이라고 느낄 협상 카드 줘야”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공정한 무역 질서를 만들기보다는 결과물을 도출해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이 정도면 균형이라고 느낄 수 있는 카드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미국 수석대표를 맡았던 마이클 비먼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는 21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한국무역협회(KITA) 주최로 열린 ‘2025 KITA 세계무역포럼’ 특별강연 연사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비먼 전 대표보는 “미국의 정치적 분열이 ‘제로섬’ 기반의 새로운 무역정책을 촉발했으며 이는 미국이 75년간 구축해 온 국제 무역 질서에서 이탈하는 분기점이 되고 있다”며 “이는 과거의 보호무역주의 시대로 역행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 이 같은 새로운 무역 질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미국에 줄 수 있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이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두고 있는 만큼 분명 이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가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비먼 전 대표보는 “새로운 질서를 단순히 거부하고 반대할 것이 아니라 한국이 양국 관계에 어떤 것을 더해줄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트럼프 정부가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한다면 창의적으로 ‘윈윈’(win-win) 전략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먼 전 대표보는 협상 카드의 예시로 조선 산업을 꼽았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제조업을 더 부흥시키겠다는 목적이 있다. 미국 내에 생산시설을 더 많이 두고 싶어 하는 것”이라며 “한국이 그것을 위해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조선 산업 등이 협상 카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에 참여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한미 동맹이 흔들림 없이 유지,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미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한 대외정책이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며 “관세를 부과하거나 기업에 대한 보조금 폐지, 중국 견제에 대한 동참 요구 등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동맹은 우리 안보와 경제의 중심축이며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트럼프에게 한미 동맹이 가지고 있는 전략적 가치가 미국의 이익에도 지대하다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국이 미국을 지지할 수 있는 강력한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는 “미국이 자신들의 전략을 지지할 수 있는 국가를 찾는다면 한국이 그 파트너가 될 수 있음을 강력하게 주장해야 한다”며 “우리는 많은 글로벌 기업을 가지고 있고, 그들은 계속해서 한국이 미국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왔다”고 말했다.
윤진식 무협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을 마치고 본격적인 행보에 들어간 만큼 향후 정책변화와 글로벌 통상환경에 미칠 영향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