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년제 대학의 4분의 1 가량이 등록금을 인상하기로 결정하면서 2009년 이후 이어져 온 등록금 동결 기조가 무너지고 있는 가운데 교육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학 재정 지원이 늘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등록금에 의존하는 대학 재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3일 교육계에 따르면 올해 학부 등록금 인상을 의결한 대학은 56곳으로 집계돼 전국 4년제 대학 총 199곳의 28.1%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별 인상률은 경희대 5.1%, 고려대 5.0%, 연세대 4.9%, 이화여대 3.1% 등이다.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대학들은 재정난과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와 관련해 각 대학 학생들은 대학들이 적립금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비판한다.
지난달 이화여대, 동덕여대 총학생회 등이 참여한 ‘전국대학등록금인상공동대응’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에서 학교 재정이 부족해서 불가피하게 등록금을 인상한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사립대는 총 11조 원에 육박하는 적립금을 쌓아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이에 대해 “대학 입장에서 적립금을 다 써버리면 노후된 건물을 보완할 수도 없고, 큰 돈이 드는 실험 장비를 살 수도 없다”면서 “지난 10여 년 동안 물가가 엄청나게 올랐다. 인건비도 호봉에 의해서 매년 올라가고 전기요금, 시설비, 운영비 등 다 오르는데 등록금을 동결시키면 교육도 형식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들도 현 상황에 대해 숨기려고 해선 안 된다”며 “대학들이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열때 학생 대표들을 참여시켜서 현재 상황에 대한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원칙적으로는 적립금이라는 게 특정 목적을 위해 적립을 해놓은 것이기 때문에 함부로 쓰면 안 되는 것은 맞다”면서도 “그 특정 목적이란 게 교육과 연구 활동에 대한 지원이기 때문에 재정이 어려워서 학생들의 연구 지원이 어렵다고 한다면 지금은 적립금을 활용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임 연구원은 이어 “이번에 등록금을 인상한 서울권 주요 대학들 중에는 적립금이 수천 억 원 있는 대학들도 있다”며 “그런 경우는 적립금을 적극 활용해 등록금을 굳이 인상 안했어도 됐는데 다들 인상하는 상황에서 ‘우리도 인상해야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밝혔다.
궁극적으로는 대학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대학 재정이 상당 부분 등록금에 의존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점에서다.
임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GDP 대비 0.8% 정도를 대학에 지원하는데 OECD 국가들은 1.0~1.1% 정도를 대학에 지원한다”면서 “OECD 수준으로 대학에 대한 투자를 늘려 등록금에 의존하는 대학 재정 운영 형태를 바꾸고 각 대학들이 교육 연구 활동을 늘릴 수 있도록 지원 규모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