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지연’ 지적에는 선 그어…“오염되기 전 진술 확보”
직접 기소 가능한 경찰 간부 사건에 수사력 집중 방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혐의와 관련한 사건을 검찰과 경찰에 돌려보냈다. 공수처의 수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공수처 관계자는 4일 기자들과 만나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 전 장관 사건을 전날 경찰로 이첩했다”며 “검찰이 공수처로 넘긴 이 전 장관 사건은 이날 오후에 다시 검찰로 넘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직후 경찰, 검찰 등 기관의 중복 수사 논란이 이어지자 공수처는 이첩요청권을 행사했고, 같은 달 16일과 26일 각각 경찰과 검찰에 이 전 장관의 언론사 단전·단수 의혹 등에 대한 사건을 넘겨받았다.
공수처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이 전 장관) 조사 결과 직권남용이 적용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나중에 법원에서 어떤 판단을 받을지 모른다는 점도 고려했다. 직권남용은 미수 처벌 규정이 없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언론사 4곳 등을 봉쇄하고 단전‧단수를 지시하는 정황이 담겼다. 다만 이 전 장관의 단전·단수 지시는 실제 이뤄지진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관계자는 “한 총리 사건의 경우 경찰에서 이미 한 차례 조사가 진행됐고, 지금도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공수처에 관련 고발건이 있지만, 중복 수사 방지 차원에서 이첩했다”고 했다.
사건을 다시 돌려보내면서 결국 수사가 늦어진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이 전 장관의 단전‧단수 의혹은 진술이 오염되기 전 빨리 관련자 진술을 받았고, 기타 부분도 자료 등을 검토했다. 지체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 경찰이 보고 있는 관점이나 법리 검토는 다를 수 있어서 빨리 이첩하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다”며 “아마 양측에서 적절한 시점에 (중복 수사 방지를 위해) 협의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직접 기소할 수 있는 사건에 수사력을 모으겠다는 방침이다. 공수처는 대통령 등 고위 공무원을 수사할 순 있지만, 기소 가능한 대상은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관으로 제한돼 있다.
앞서 공수처는 경찰에서 윤 대통령, 국무위원 4명, 군사령관 5명, 경찰 간부 4명, 국회의원 1명 등 15명의 사건을 이첩받았다. 사실상 수사가 끝난 조지호 경찰청장 외에 나머지 경찰 간부 수사에 우선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