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0년 새 기업 수 4배·투자액 11배↑
엔비디아·테슬라 투자액 증가율 1위 기록
“투자지원·세액공제 등 과감한 지원 필요”
최근 10년간 중국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가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인 가운데, 세계 R&D 투자의 축이 미국과 중국으로 쏠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들이 첨단기술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투자지원, 세액공제 등 선제적이고 과감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5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유럽연합(EU) 공동연구센터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R&D 투자 스코어보드’의 2000대 기업 명단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2023년 기준 세계 R&D투자 상위 2000대 기업을 보면, 미국이 기업 수와 투자액 모두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액 기준으로는 2013년 1910억 유로(한화 약 288조)로 전체의 36.1%였으나, 2023년에는 5319억 유로(한화 약 802조)로 42.3%를 차지해 비중이 10년 전보다 더 높아졌다.
특히 2위를 기록한 중국의 성장세가 가장 눈에 띄었다. 중국은 2013년에는 기업 수 119개로 4위, 투자액 188억 유로(한화 약 28조)로 8위를 기록했으나 2023년에는 기업 수 524개, 투자액 2158억 유로(한화 약 325조)로 2위까지 올라섰다. 특히 투자액은 10년간 약 11.5배 증가하며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상위 10개국 중 10년간 기업 수와 투자액이 계속 증가한 국가는 중국이 유일했다.
1위 미국과 급성장한 중국으로의 쏠림 현상도 눈에 띄었다. R&D 투자 상위 2000대 기업에 포함된 미국(681개)과 중국(524개)의 기업 수는 1205개로 전체의 60.3%를 차지했고, R&D 투자액의 합은 7477억 유로(한화 약 1127조)로 59.5%에 달했다.
중국의 등재 기업 수가 늘면서 일본, 독일, 영국 등 주요국의 기업 수는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의 기업 수는 2013년 54개에서 2023년 40개로 줄었지만, 순위는 10년 연속 8위를 유지했다. 투자액 기준으로는 2013년 193억 유로(한화 약 29조)로 7위였으나, 2023년에는 425억 유로(한화 약 64조)로 5위를 기록했다.
주요 분야별로 보면 반도체 산업에서는 엔비디아가 2013년 9.6억 유로(한화 약 1조)에서 2023년 79억 유로(한화 약 11조)로 투자액이 가장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한국의 SK하이닉스가 6.7배, 미국의 AMD가 6.1배 늘어나며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의 R&D 투자액은 199억 유로(한화 약 29조)로 반도체 기업 중 1위였으며, R&D 투자액은 10년간 약 2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IT 소프트웨어 및 플랫폼 산업에서는 미국의 메타(페이스북)가 10년 전 대비 32.4배 증가하며 투자액 증가율이 가장 높았으며, 중국 1위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가 15배로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의 네이버는 10년 전에 비해 R&D 투자액이 약 2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전기차 선두주자인 미국 테슬라의 R&D 투자가 10년 전에 비해 21.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세계 전기차 점유율 1위인 중국의 비야디(BYD)가 15.8배 증가했다. 투자액 기준으로는 폭스바겐, 벤츠, GM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상위권을 차지했으며, 현대차그룹은 10년간 R&D 투자가 2.7배 늘어났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등장에서 보듯이 산업별 선도 기술을 둘러싼 기업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이라며 “국회에 계류 중인 첨단 R&D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상향 및 일반 R&D에 대한 공제율 상향 등 세제지원을 통해 연구개발을 촉진하고, 반도체특별법과 같은 선제적이고 과감한 지원을 통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R&D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제도적인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