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구조조정안도 불만 키워
협상 재개 여부 등은 추후 검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닛산은 이날 이사회를 소집해 혼다의 자회사가 되는 제안을 부결하고 혼다와의 경영통합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다시 통합 협의를 진행할지, 전기차(EV) 등 일부 협업만 계속할지는 추후 검토할 예정이다.
닛케이는 “양측은 지주회사 방식으로 협의를 진행했지만, 통합 비율 등의 조건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면서 “특히 혼다가 닛산을 자회사로 만드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닛산 내부에서 강한 반발이 일어나 협의 종료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앞서 일본 2위 자동차 제조사 혼다와 3위 닛산은 지난해 12월 23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경영통합을 위한 본격 협상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양사는 올해 6월 계약을 맺고 2026년 8월 상장회사로 새로 설립할 지주회사 산하에 들어가는 형태로 경영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닛산이 최대 주주인 미쓰비시자동차도 이에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양사는 발표 후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혼다는 경영통합 협의 조건으로, 경영난에 빠진 닛산이 회생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지를 전제로 삼았다. 이에 닛산은 작년 11월 비용 절감을 위해 근로자 9000명을 해고하고, 공장 생산 규모를 20%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별로 구조조정에 대한 반발이 강하게 나타나면서 시행이 지연됐다.
여기에 지주회사의 통합 비율을 둘러싸고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혼다의 기업가치는 470억 달러(약 68조 원)로 닛산의 약 5배다. 혼다는 닛산의 재건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하고, 닛산을 자회사로 삼아 혼다 주도로 회생을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대등한 경영통합을 원하는 닛산 내부에서 반발이 커졌다. 결국 통합 협의가 중단, 세계 3위 자동차기업 탄생이 어그러졌다.
더군다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폭탄 관세’ 위협으로 글로벌 무역전쟁 전운이 짙은 상황에서 이번 합병 결렬로 양사의 사업 불확실성은 한층 커지게 됐다. 특히 경영난을 겪고 있는 닛산은 외부의 도움 없이 기존 자동차업체는 물론 중국 비야디(BYD), 미국 테슬라 등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신흥 강자와의 경쟁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한편 이번 합병 불발 소식에 이날 도쿄증시에서 혼다 주가는 8% 넘게 급등하고, 닛산 주가는 5% 가까이 급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