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땅따먹기’ 협상에 격변하는 전 세계…파나마, ‘백기투항’ 조짐

입력 2025-02-05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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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회사와 항구 계약 해지 검토
트럼프, 네타냐후와 정상회담서 가자지구 점령 발언
팔레스타인인 영구 이주도 주장
유엔 인권이사회·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 탈퇴
사우디는 당장 반발…“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이 먼저”

▲마코 루비오(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2일(현지시간) 파나마시티 미라플로레스 갑문을 둘러보고 리카우르테 바스케스 파나마 운하청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파나마시티/로이터연합뉴스
▲마코 루비오(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2일(현지시간) 파나마시티 미라플로레스 갑문을 둘러보고 리카우르테 바스케스 파나마 운하청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파나마시티/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단순히 영토 야욕을 드러내는 것을 넘어 이를 주요 외교 협상의 도구로 내세우면서 전 세계가 격변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이 파나마운하 항구 일부를 운영하는 홍콩 허치슨 포트PPC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아직 최종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파나마 정부는 소송을 피하고 적법한 절차를 따르는 방식으로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허치슨 포트PPC는 홍콩 부호 리카싱의 CK허치슨홀딩스 자회사로, 전 세계 50개 이상 주요 항구 운영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파나마 운하의 양 끝단에 있는 발보아와 크리스토발 항구를 운영하고 있는데, 1997년 파나마 정부와 처음 운영 계약을 맺은 이후 2021년에 2047년까지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취임 일성으로 느닷없이 파나마운하를 되찾아오겠다고 주장하며 ‘영토 확장주의’ 발언의 포문을 열었다. 홍콩에 본사를 둔 허치슨이 파나마 운하 인근 2개 항구를 운영하는 것은 파나마운하의 영구적인 중립 운영에 관한 조약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간 파나마운하 반환 주장에 강력히 반발해오던 파나마 정부는 2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문을 기점으로 ‘친미’ 이미지 부각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물리노 대통령은 루비오 국무장관과의 회담 이후 “중국의 경제 이니셔티브인 ‘일대일로’ 협정이 만료되면 갱신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불법이민자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트럼프 정부와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허치슨과의 계약까지 해지한다면 트럼프의 요구 사항이 상당 부분 관철되게 된다는 점에서 파나마 정부가 받는 압박 수위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파나마 정부가 허치슨과의 계약을 해지할 경우 중국이 크게 반발할 것으로 전망돼 새로운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트럼프의 ‘확장주의’ 발언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후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를 미국이 장기간 관리·개발한다는 구상을 제시하면서 “우리는 가자지구를 소유할 것”이라는 발언까지 내놨다. 이는 사실상 미군을 가자지구에 투입하겠다는 이야기와 마찬가지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을 ‘리비에라(호화로운 해안가 향락도시 의미)’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기 전에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제3지역으로 영구히 이주해야 한다며 “그들이 선택지가 있었다면 가자를 떠나는 것을 매우 좋아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아울러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탈퇴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트럼프의 행보가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국익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격당한 국가들의 반미 정서를 부추기는 것은 물론 우방들과의 신뢰 관계에도 금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의 최고 중동 우방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5일 외교부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이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이스라엘과 수교할 수 없다”면서 “이스라엘의 점령 정책을 포함해 팔레스타인 주민 이주나 영토 병합 등 팔레스타인 권리 침해는 무조건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간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국제이슈 개입에 꺼려왔던 트럼프가 중동의 화약고인 가자지구를 장악하겠다는 발언을 한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자신의 지지층을 만족시키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오는가 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설사 영토 확장주의 발언으로 애초 원하던 바를 손에 넣지 못하더라도 ‘경제력’과 ‘위력’을 활용해 상대방으로부터 상당한 수준의 ‘양보’와 ‘이익’을 취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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