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대 넘어 20대까지 공략층 넓어져
디바이스·건기식까지 사업 확대 예상
최근 화장품(뷰티)업계에서 ‘안티에이징(Anti-aging)’이란 말이 쏙 들어가고 ‘슬로우에이징(Slow aging)’이 대세가 됐다. 노화 방지가 아닌 ‘저속 노화’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노화를 맞서 싸워야 할 상태가 아닌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는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방증이기도 하다.
10일 CJ올리브영(올리브영)에 따르면 지난해 슬로우에이징 관련 제품 매출은 전년 대비 60% 이상 증가했다. 작년 10월 진행한 올리브영의 슬로우에이징 팝업 ‘올영은행’도 보름 동안 2만2000명이 넘게 방문하며 슬로우에이징 인기를 실감케 했다.
슬로우에이징에서 가장 주목받는 화장품 성분은 ‘레티놀’과 ‘PDRN(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티드)’이다. 레티놀은 안티에이징 시절부터 각광받은 원료다. 비타민A의 한 종류인 레티놀은 피부의 표피세포가 원래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주름 개선, 피부 표피 두께 증가, 피부 노화 개선, 미백 등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PDRN은 차세대 슬로우에이징 소재로 떠오른 성분이다. 연어 등의 생식세포에서 추출한 유전자(DNA) 성분을 추출한 재생물질이다. 인체 DNA와 비슷한 구조로 손상된 조직 재생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의약품에 쓰이다가 뷰티업계로도 확대됐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글로벌 PDRN 시장 규모는 최근 2년 새 1.7배 증가했다.
‘리들샷’으로 유명해진 뷰티 브랜드 브이티(VT)는 ‘PDRN 리들샷 두피앰플’을 최근 TV홈쇼핑에서 선보였는데, 1초에 2.5개씩 팔리며 론칭 2주 만에 1만 개가 완판됐다.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메디큐브 ‘에이지알(AGE-R)’ 제조판매사 에이피알은 PDRN을 ‘항노화 신소재’로 낙점, 자체 생산에 나섰다. 경기 평택공장에서 연 최대 125㎏ 규모의 원료와 360톤(t) 규모의 PDRN 화장품 생산을 목표로 시범 가동 중이다.
피부에도 저속노화 바람이 불면서 4050대 뿐만 아니라 20대 소비자까지 아우르는 뷰티 상품군의 인기가 뜨겁다. 특히 가격대 또한 다양해져, 5000원 이하 균일제품만 판매하는 다이소에서도 레티놀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토니모리의 다이소 전용 브랜드 ‘본셉’은 높은 레티놀 함량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입소문이 나, 다이소 입점 5개월 만에 100만 개가 팔렸다.
20대가 주타깃인 아모레퍼시픽의 뷰티 브랜드 이니스프리도 레티놀과 PDRN을 합친 ‘레티놀 그린티 PDRN 스킨부스터 앰플’을 내놨다. 지난해 7월 출시 직후 올리브영 온라인몰에서 전체 1위에 올랐다.
뷰티업계는 저속노화 열풍에 부응하고 중장기적 성장을 위해 슬로우에이징 전략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뷰티업계 한 관계자는 “건강한 노화를 표방하는 슬로우에이징은 MZ세대가 중심이긴 하지만 안티에이징에 익숙한 세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확장성이 큰 트렌드”라며 “기존 스킨케어 기능성 화장품과 홈뷰티 디바이스, 건강기능식품까지 이어지며 관련 사업을 연계할 가능성도 커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