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외국 정상과 만난 건 일본이 이스라엘에 이어 두 번째다. 두 사람은 ‘미일 관계의 황금시대를 구축한다’는 공동성명도 냈다. 연합뉴스](https://img.etoday.co.kr/pto_db/2025/02/20250209182651_2134589_560_373.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이나 11일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 공약한 보편관세(10~20%)와는 다른 관세 폭탄을 추가로 터뜨리겠다는 으름장이다. 트럼프가 던진 럭비공이 어디로 튈지 장담하긴 어렵지만, 관세전쟁 전선이 확대된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트럼프는 7일(현지시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가진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상호관세를 언급했다. 트럼프는 회담 직전 취재진 질의에 “상호 교역에 대해 다음 주에 발표할 것”이라고 했지만, 현지 언론은 교역을 상호관세로 해석했다. 상호관세는 무역 상대국의 관세와 같거나, 유사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다른 나라가 관세를 부과할 때 대응 조치로 가하는 보복관세와는 차이가 있다.
트럼프의 대외 정책은 불확실성의 먹구름이 짙다. 상호관세 발언도 그렇다. 미국은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 미체결국 공산품 수입에 평균 3%대의 관세를 부과해 관세 장벽이 낮은 편이다. 트럼프가 상호관세를 말한 것은 일단 관세율이 높은 무역 상대국들을 향해 관세 장벽을 낮추라는 공개 압박을 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풀이가 옳다면 한국은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 한미 FTA로 대미 관세는 대부분 폐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믿고 안심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무역수지로 따지면 얘기가 달라지는 탓이다.
지난해 우리 대미 무역흑자는 약 557억 달러다. 트럼프 관점에서 한국은 무역 적자국 8위로 손을 봐야 할 대상이다. 설혹 상호관세의 유탄이 한국엔 날아오지 않더라도 주의와 경계를 늦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9일 ‘트럼프 2기 행정부 관세 조치에 따른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우리 수출이 지난해보다 1.9%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이 중국에 10%포인트(p)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현재 상황을 유지하면서 3월로 미룬 대캐나다·멕시코 25% 관세 부과를 시행하고, 보편관세도 부과한다는 가정 아래 나온 산출치다. 복잡한 가정을 제외하고 단지 미국이 중국에 10%p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현 상황만 이어져도 우리 수출은 0.1%(4억1000만 달러) 준다고 한다. 트럼프의 선택은 다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현장의 기업과 함께 눈을 크게 뜨고 면밀히 대응해야 한다.
우리보다 미국에 더 큰 무역 적자를 안긴 일본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일 정상은 양국의 ‘ 황금시대를 구축한다’라는 공동성명을 냈다. 2016년 트럼프와 아베 신조 총리가 밀월 관계를 유지한 것처럼 이번에도 정상 간 친분을 토대로 국익을 챙기겠다는 생각이다.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의 무역적자 해소 압박에 대한 선제 조치로 1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와 미국산 LNG 수입 확대, 상호 관세 설정 등 유화책을 쏟아냈다.
비록 국정 리더십 공백이 아쉽지만, 우리 순번도 언젠가 올 것이다. 대미 소통 채널 확보, 시나리오별 대책 수립 등 숙제가 산더미다. 한미도 ‘황금시대’ 합창을 할 수 있고, 그런 합창을 해야 한다. 미일 회담에서 베낄 것이 있으면 서둘러 베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