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 건강을 지키는 핵심으로 꼽히는 ‘근육적금’의 효과가 성별에 따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근감소증이 없다는 전제하에 심혈관질환과 대사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남성은 근육량을 키우고 복부 둘레를 줄이는 것이 유효했다. 반면 여성은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면서 지방과 근육의 균형을 이루는 게 더 중요했다.
박준희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본부 교수와 원장원 경희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연구팀(신형은 박사, 김미지 교수)은 유럽 폐경 및 남성 갱년기 학회 공식 학술지 마투리타스(Maturitas, IF=3.9)에 한국노인노쇠코호트(Korean Frailty and Aging Cohort) 데이터를 이용해 70세 이상 84세 이하 노인의 근육량 변화에 따른 심혈관대사질환 발생 위험을 분석해 발표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팀은 코호트에 등록한 노인 1634명을 대상으로 근감소증이 있는 사람(353명)을 추린 다음, 이들과 연령대 및 성별이 같으면서 근감소증이 없는 사람(353명)을 짝지어 뽑아 2년간 체성분 변화에 따른 영향을 비교했다. 근감소증은 팔다리의 근육량과 악력, 보행속도와 같은 신체 기능을 평가해 진단했다.
그 결과 근감소증이 없는 남성 노인은 근육량을 키우는 것이 심혈관 및 대사질환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팔다리의 근육량이 1kg 증가할 때마다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은 41%, 고지혈증 위험은 28% 줄었다. 허리둘레가 1cm 증가하면 고혈압 위험이 32% 증가했다.
근감소증이 없는 여성에서 근육량의 증가는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가 없었다. 특히 근감소증이 없는 여성에서 체중이 증가하면 심혈관대사질환이 오히려 감소하는 ‘비만의 역설’이 이번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체중이 1kg 증가하면 고지혈증 위험이 21% 감소했다.
근감소증이 있는 노인은 남녀 모두 근육량을 뒤늦게 키워도 심혈관 및 대사질환 발생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근감소증이 이미 있는 여성은 근육량만 키우면 고지혈증 위험이 3배 높아졌다. 근육 내 지방도 함께 증가하면서 부정적인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해석이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연구팀은 노년기에 근감소증이 찾아오기 전에 미리미리 근육적금을 만들되, 성별에 따라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남성은 근육량을 키우는 것만으로도 심혈관 및 대사질환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여성은 근육량을 늘리는 것보다는, 유산소 운동 등을 병행하며 근육 내 지방축적을 막아 근육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도움된다.
연구팀은 “근감소증이 일단 생기면 남녀 모두 근육량만 늘려서는 심혈관 및 대사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건강한 노년을 보내기 위해서는 근감소증이 생기지 않도록, 평소에 꾸준히 근육량을 유지하고 본인에게 맞는 운동을 통해 미리 근육적금을 들어야 100세 시대를 현명하게 보낼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