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로 예정된 사우디 방문 연기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분쟁 종식에 대한 고위급 팀을 구성하기로 합의하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9일로 예정된 사우디 방문을 돌연 연기했다. 대신 튀르키예를 찾아 우크라이나가 배제된 종전 합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18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약 3시간가량 회동했다. 젤렌스키는 회동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는 넓은 의미에서 유럽이며, 여기에는 유럽연합(EU)과 튀르키예, 영국도 포함된다”면서 “유럽은 우리 세계의 운명과 관련해 필요한 안전보장 발전과 대화에 미국과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강조했다.
그러면서 “종전 논의는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면서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미국과 러시아가 종전 방식에 대해 논의한 것에 강력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아무도 우리 등 뒤에서 그 어떤 것도 결정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옆에 있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존과 주권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종전안은 튀르키예의 과거 정책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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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는 이날 진행된 미·러 회담에 초대받지 못했다면서 당초 19일로 예정됐던 사우디 방문 일정을 내달 10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를 종전 회담에 배제한 것에 대한 불만을 미국 정부에 나타내는 차원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는 물론 우크라이나와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양국 사이의 중재자 이미지를 내세웠다. 실제로 튀르키예는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3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참여하는 평화 협상을 중재했다. 또 같은 해 7월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을 수송하는 러시아 쪽 항로를 복원하는 흑해 곡물 협정 연장 합의를 끌어내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튀르키예는 가까운 미래에 열릴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국 간 회담의 이상적인 개최 장소가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16일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 데 이어 이날 튀르키예를 찾았다. 종전 협상에서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이 협상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에 우군을 확보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