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후출혈을 신속히 치료하는 신의료기술이 본격적으로 국내 의료 현장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한국오가논은 19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허 헬스(Her Health)’ 미디어 세션을 열고 산후 자궁 출혈을 조절하는 의료기기 ‘제이다 시스템(JADA system)’을 이달 3일 국내 출시했다고 밝혔다.
산후출혈은 1000㎖ 이상의 누적 혈액 손실 또는 분만 후 24시간 이내에 저혈량증 징후를 동반한 혈액 손실을 의미한다. 출산 직후 자궁에서 태반이 떨어져 나오면, 혈관이 노출되면서 출혈이 발생한다. 이때 정상적인 자궁은 수축하며 자연스럽게 출혈을 멈추지만, 자궁무력증이 있는 산모는 수축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아 출혈이 지속된다.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 따르면 산후출혈은 전 세계 산모 6명 중 1명에게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출산 합병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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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다는 자궁에 삽입해 수축을 유도한다. 자궁 경부를 막고, 자궁 내부에 실리콘 루프를 위치시켜 90㎜Hg 미만의 저수준 음압을 가해 수 분 내에 출혈 조절 효과를 얻는다. 지난해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자궁의 보존적 관리가 필요한 경우에 비정상적인 산후출혈의 조절 및 치료에 사용되는 기구로 품목허가를 받았으며, 같은 해 7월에는 한국보건의료원(NECA)에서 신의료기술로 인정됐다.

자궁무력증이 있는 107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제이다 시스템 임상연구 결과, 94%의 환자에서 효과적으로 출혈이 조절됐으며 치료에 성공한 환자의 출혈 조절 시간 중앙값은 3분이었다.
또한 미국 16개 병원에서 2020년 10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제이다로 치료받은 800명의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자연분만 환자의 92.5%, 제왕절개 환자의 83.7%에서 성공적으로 출혈이 조절됐다. 미국에서는 2020년부터 제이다 시스템이 상용화했다.
제이다 시스템은 국내에서 활용 중인 산후출혈 치료 옵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는 ‘옥시토신’ 등 자궁 수축을 돕는 약물 투약과 자궁 내에 직접 압박을 가하는 자궁 마사지가 우선적으로 시도된다. 자궁 내 풍선과 같은 장치를 넣고 물을 주입해 부풀려 자궁을 압박하는 자궁충전술도 널리 쓰인다. 하지만 물을 얼마나 주입할지, 압박을 몇 시간 유지할지 등에 대한 정량적 기준이 없어 시술이 까다롭다.
조금준 고려대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출혈 부위를 봉합하는 수술도 있지만, 이는 개복이 필요해 자연분만 산모에게는 적용하기 어렵다”라며 “혈관을 막는 자궁동맥색전술은 산모의 상태가 매우 안정적이어야 하며, 대학병원에서만 시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 교수는 “자궁충전술은 의사의 경험과 판단에 크게 의존하는 측면이 있는 반면, 제이다 시스템은 의사가 정형화된 프로토콜에 따라 손에 익히면 신속히 사용할 수 있다”라며 “기존 치료 옵션을 보완하는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오가논은 산후출혈을 비롯해 고위험 산모, 난임 등 여성 건강 전반의 미충족 수요 해소에 집중할 계획이다.
김소은 한국오가논 대표는 “산후 출혈은 산모뿐만 아니라 태어날 아이와 가정,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문제”라며 “제이다 시스템이 산후 출혈을 신속하게 치료해 더욱 안전한 출산 환경을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