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표 식자재유통기업 삼성웰스토리가 작년 한 해 쓴 식자재 구입비는 총 2조 원. 이 중 두부만 따지면 160억 원으로, 큰 비중은 아니다. 그런데도 삼성웰스토리는 지난해 11월에 펴낸 ‘만두원정대’에 이어 두 번째 푸드디깅 북(Food Digging book) 주제로 두부를 선택했다. 2월 출간한 ‘두부원정대’ 공동저자 5인 중 한 명인 강성기 삼성웰스토리 두부바이어(프로)를 만나, 그 이유를 들어봤다.
11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성웰스토리 본사에서 만난 강성기 두부 바이어는 3년째 두부류 구매와 상품개발을 맡고 있다. 그는 식자재 MD 역할에 대해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고 했다. 고품질 재료만 고집하면 단가와 공급량을 맞추기 어렵고, 최저가만 찾으면 맛과 품질이 떨어져 고객을 잃을 수 있어서다. 그는 균형을 잘 맞추기 위한 비결은 “경쟁력 있는 협력업체를 잘 선별하고 좋은 단가를 산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강 바이어의 가장 큰 책무는 품질 좋은 두부를 구하는 것. 이를 위해 여러 제조사를 찾아 발품을 팔았고, 그만큼 두부에 대한 원칙도 확고하다. 그는 특히 두부를 제조할 때 가장 중요한 재료에 대해서도 하나만 꼽을 수 없다고 했다. 강 바이어는 “좋은 콩과 미네랄이 풍부한 물, 응고가 잘 되는 응고제처럼 좋은 재료만 모으면 최고의 두부가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며 “각 재료가 하나 되는 조화로움이 맛과 품질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미네랄이 풍부한 물보다 간수와 잘 어우러지는 물이 두부 제조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두부에 대한 소비자 수요는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 등에서도 늘고 있다. 국내 대표 두부 제조사 풀무원은 미국에서 판매량이 매년 늘고 있다. 연간 두부 판매 수익은 2020년 1억1175만 달러, 2021년 1억752만 달러, 2022년 1억2199만 달러, 2023년 1억3992만 달러로 매년 증가세다. 이에 힘입어 풀무원은 2016년 이후 10년째 미국 두부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 중이다. 강 바이어는 “두부가 치즈에 비견할 수 있는 비싼 고단백 제품이란 인식이 많아지면서 매년 해외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K-두부가 꾸준히 해외에서 사랑받으려면 ‘현지화’가 특히 중요하다고 강 바이어는 강조했다. 그는 “과거 한 외국기업이 증가하는 해외 두부 수요에 부응해 직접 두부를 만들었는데 결국 망했다”면서 “두부를 보면 외국인들은 치즈의 식감을 연상하는데, 당시 두부의 식감이 치즈와 너무 달라 인기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두부 제조사에게 “해외 비건(Vegan) 소비자들이 단백질 대체식으로 두부를 많이 찾는데, 치즈와 유사하게 좀 더 단단한 두부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두부와 곁들이기 좋은 K소스도 개발하면 두부는 더 인기를 끌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동안 한국인의 밥상에선 두부는 그저 저렴한 반찬 중 하나로 여겨졌다. 그러나 중국ㆍ일본만 하더라도 두부를 메인요리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 유명식당에선 두부를 정찬 또는 코스요리(오마카세)로 만들어 팔기도 한다. 강 바이어는 “애피타이저부터 메인 요리, 디저트까지 전부 두부를 활용해 고급 요리로 승화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두부를 엄연한 요리로 여길 때가 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근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서 나온 마지막 미션의 주제가 두부였던 점을 상기하면, 두부의 변신은 사실 무궁무진하다. 특히 최근 헬시플레저 트렌드가 심화하면서 다이어트ㆍ건강식 대표 재료인 두부 제품군의 확장과 상품화는 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 바이어는 “최근 편의점 등에서 두부 디저트, 간편식 등이 많이 출시된 상태”라며 “삼성웰스토리도 젊은 층을 겨냥한 테이크아웃 제품과 함께 두부원정대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3㎏ 용량의 기업 간 거래(B2B) 제품도 출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