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은 26일 일본은행 본점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금융정책 당국으로서 금융위기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표명했다.
시라카와 총재는 강연에서 비전통적인 금융정책은 결과적으로 납세자의 부담으로 되돌아오게 돼있다며 ‘금융 위기는 항상 유동성 부족을 수반’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버냉키 의장은 금융정책에 대한 정치적 개입은 인플레를 가중시켜 안정성 저하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며 ‘중앙은행의 독립성 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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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카와 총재는 1990년대에 인플레율이 안정돼 주요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와의 싸움에서 성공을 거두었을 무렵부터 버블이 발생하게 됐다고 지적하고 금융 위기의 발생 빈도가 예전에 비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금융 위기는 과거와 성격이 다르다며 금융 위기는 언제나 유동성 부족이라는 형태로 표면화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위기가 과거와 다른 점은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있는 그림자 금융기관의 부실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금융 위기에 직면한 주요국의 중앙은행들은 모두 금융기관이 보유한 주식 매입 등 비전통적인 조치를 단행했는데 이 같은 조치는 손실이 생겼을 경우에 납세자의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역설했다.
한편 버냉키 의장은 중앙은행이 정치 압력에 의해 경제를 과도하게 자극하는 것은 일반인들의 표심을 자극해 선거대책에는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모르지만 약효가 떨어진 후에는 인플레 압력만이 남게 될 수도 있다며 경종을 울렸다.
그는 또 “재정 부족을 만회하기 위해 정부가 중앙은행의 통화 발행권을 남용하는 것은 결국 인플레 및 금리를 상승시켜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든다”며 연준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버냉키 의장은 4%의 인플레율이 적절하다는 시장의 견해에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인플레율은 낮은 편이 바람직하다”며 “4%는 물가 상승률을 더 부추길 가능성이 있어 2% 정도가 적당하다”고 말했다.
닛세이 기초연구소의 도쿠시마 가쓰유키 금융부문 수석 연구원은 시라카와 총재의 발언에 대해“시라카와 총재는 여전히 인플레 목표치에 반감이 강하다”면서도 “일본은행 규정에 물가를 안정시켜야 할 의무가 있는 만큼 현재의 정책기조가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미즈호증권의 우에노 야스나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버냉키의 발언에 대해 “금융과 정치권의 경계선의 문제를 언급한 것은 흥미롭다”며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독립을 유지함으로써 인플레율이 안정된다고 기대하는 만큼 금리인상은 요원해졌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월 대비 마이너스 0.1%로 작년 3월 이후 처음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