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요국의 중국 때리기가 확산되고 있다.
위안화 절상 문제가 무역전쟁으로 확대되는 등 G2로 부상한 중국에 대한 경계감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경제가 일본을 앞지르고 고성장을 지속하면서 중국을 둘러싼 각국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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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은 중국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글로벌 경제에서의 역할론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경제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호조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한 긴축정책 추진으로 잠깐 둔화 기미를 보였던 중국 경제는 다시 순항하고 있다.
중국의 지난 8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13.9% 증가했다. 소매판매도 같은 기간 전년에 비해 18.4% 늘었다. 중국의 제조업경기도 호조를 누리고 있다.
무엇보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과 일본의 경기회복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것이 위안화 환율에 대한 선진국 경제의 비판을 고조시키고 있다.
중국의 지난 8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4% 증가해 무역흑자 규모가 3개월 연속 200억달러(약 23조원)를 넘어섰다.
반면 미국의 올해 대중 무역적자는 1450억달러(약 165조5900억원)에 달해 중국의 저평가된 위안화가 무역 불균형을 높이고 미국 제품의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고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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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와 제조업체 관계자들은 위안화가 20~40% 정도 저평가돼 중국의 수출기업이 부당한 지원금 효과를 누리고 미국의 무역적자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고 중국을 비판하고 있다.
미국처럼 심각한 무역역조 현상이 없어 중국의 위안 절상 압박에 미온적이던 유럽연합(EU)도 본격적으로 위안 절상을 압박하고 나섰다. 최근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유로화 가치가 올라 EU의 수출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위안화는 지난 6월 중국이 위안화의 유연성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달러에 대해 2% 가량 절상된 반면 유로화에 대해서는 10%나 절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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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브뤼셀에서 지난 6일 열린 중국과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 위안화 절상을 놓고 갈등이 표출돼 기자회견이 취소되기도 했다.
최근 격화되고 있는 글로벌 환율전쟁도 위안화 절상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부 장관은 “일본의 엔고개입이 환율전쟁을 촉발한 것이 아니다”라며 일본을 감싼 반면 “글로벌 외환시장이 혼란을 보이는 것은 중국 등 신흥국들이 자국 통화에 대한 절상압력을 거부하기 때문”이라며 중국에 포문을 날렸다.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역시 “중국 위안화 저평가가 글로벌 경제의 긴장 근원이 되고 있다”면서 “새로운 위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위안화 절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MF는 ‘하반기 세계경제전망보고’를 통해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허용하면 수출 주도형 경제구조인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중국을 따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중국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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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위안화 절상 압력은 중국을 더욱 짓누를 전망이다.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지난달 “위안화 절상 속도가 너무 늦고 절상폭도 제한돼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미 하원은 지난달 29일 환율조작이 의심되는 국가로부터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매길 수 있는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법안이다.
샌더 레빈 미 하원 세입위원회 의장은 “위안화 가치가 25~40% 절하돼 있는 현재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이번 표결은 오는 11월 열릴 G20정상회의에 앞서 글로벌 지도자들에 환율시스템 개혁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주택시장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실업률은 여전히 10% 근처에서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기회복세 둔화가 우려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대규모 경기부양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홍콩 소재 노무라홀딩스의 순치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기회복세가 둔화되고 고용시장 회복이 정체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에 무역긴장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도 재정위기에 허덕이고 있고 일본은 좀처럼 침체된 경기를 살리지 못해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수준으로 인하하고 5조엔 규모의 유동성 공급 방안을 밝히는 등 글로벌 경기회복세 둔화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의 위안화 절상에 따른 자국 통화의 동반 강세로 수출이 하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는 반면 선진국은 자국의 무역적자와 경기회복세 둔화를 위안화 절상에 따른 자국 수출 확대로 돌파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