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이 한진칼의 대한항공 지분율을 끌어올려 지주사 요건을 충족시키는 등 체제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체제 개편에 또 다른 걸림돌로 지목되는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합병이 뒤따를지도 관심거리다.
한진그룹은 지주사 전환을 위해 한진칼에 대해 1조134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증자는 대한항공 주주로부터 최대 3000만주의 보통주를 주당 3만7800원에 현물 출자받고, 그 대가로 주당 2만6298원에 발행되는 한진칼 주식 4312만1149주를 현금 대신 지급하는 방식이다.
즉, 대한항공 주식을 공개매수한 후 이에 응한 주주들에게 한진칼 주식을 주는 스와프 형태다. 한진칼은 내달 15일부터 11월 5일까지 대한항공 주주들의 공개 매수 청약을 받아 한진칼 신주를 발행할 계획이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8월 대한항공을 인적 분할해 지주사인 한진칼과 항공운송 사업을 하는 대한항공으로 나누면서 지주회사 체제로의 개편을 시작했다. 이에 내년 7월까지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 지으려면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자회사 편입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한진칼의 대한항공 지분율은 현재 6.9%에 머물고 있어 이를 2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만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공개매수 참여 주주와 주식에 따라 변동이 있겠지만, 이번 유상증자로 한진칼의 대한항공 지분율이 낮게는 22% 수준에서 높게는 32%를 넘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진칼 주식을 받아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려고 대한항공 주식을 보유한 조양호 회장 등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이 공개매수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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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진칼이 지주사 요건을 충족시키더라도 문제는 남아있다. ‘한진칼→정석기업→한진→한진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는 탓이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한진그룹이 한진을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고서 한진칼, 정석기업과 합병해 통합지주사를 출범시킬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진과 정석기업, 한진칼과 정석기업 등 3사 중 2사만 합병하면 합병법인과 한진의 상호출자가 그대로 남게 돼 상호출자로 해소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