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아이언맨’에서 ‘007 악당’으로 변한 머스크

입력 2025-01-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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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호 국제경제부장

선망의 대상이던 천재 억만장자
유럽에 막말ㆍ내정간섭…비난 자초
비전ㆍ혁신 이끌던 모습 다시 보길

1997년 개봉작인 영화 ‘007 네버 다이’에는 영국과 중국 사이에 전쟁을 일으키고 이를 독점 보도해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미디어 재벌이 악당으로 등장한다. 많은 사람이 이 악당을 보면서 ‘언론 황제’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설립자 겸 명예회장을 떠올렸다.

그런데 20세기 악당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머독도 21세기 들어와서는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이런 그를 대신해 새로운 007 영화의 악당 모델이 될 만하다 싶은 인물이 바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이다.

사실 머스크는 마블 히어로 영화 ‘아이언맨’의 현실판이라고 주목받았다. 천재적인 발명가이자 기술을 통해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자신에게 닥친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는 억만장자인 ‘아이언맨’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머스크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를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것에 너무 들뜬 것인지 머스크는 최근 계속 영국과 독일 등 유럽 각국을 대상으로 막말을 쏟아부으면서 내정간섭을 하고 있어 아이언맨이라기보다는 ‘007 네버 다이’에 나왔던 악당과 비슷해지고 있다.

머스크 CEO는 지난해 12월 독일 주간지에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지지하는 칼럼을 기고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향해선 “무능한 멍청이다. 사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에 대해서도 그가 과거 왕립검찰청 청장이었을 때 아동 성착취 사건을 은폐했다는 극우 세력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사퇴를 주장하고 “감옥에 가야 할 사악한 폭군”이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세계 1위 부자이면서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 공동 수장으로 발탁된 정권 실세인 머스크가 유럽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언동을 단순히 일반 네티즌의 악성 댓글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그는 가장 영향력 있는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영국 러프버러대학의 앤드루 채드윅 정치학 교수는 “머스크가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알리기 위해 마치 과거의 신문재벌처럼 X를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도니스 게오르기아디스 그리스 보건장관은 “누군가가 자신의 플랫폼과 부(富), 인맥을 이용해 각국 정부 구성 방식을 바꾸라고 지시해서는 안 된다”며 “머스크의 행동은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루퍼트 머독을 떠올리게 한 007 영화의 악당이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전 세계에 혼란을 불러일으키려고 한 것과 비슷한 일을 머스크가 실제로 벌이는 셈이다.

‘007 네버 다이’와 머스크의 평행이론은 또 있다. 영화 속의 악당은 GPS 위성을 교란해 영국 군함을 중국 영해로 진입시킨 뒤 침몰시켜 전쟁을 유발하려 했다. 머스크는 위성 인터넷 사업인 스타링크를 전개하고 있다. 당연히 머스크가 007의 악당 같은 일은 저지르지 않겠지만, 통신망을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은 일말의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실제로 2023년 머스크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전할 가능성을 우려해 크림반도 해안 근처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스타링크 접속을 차단해 논란을 촉발하기도 했다.

전 세계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며 혁신을 주도했던 머스크의 모습이 그립다. 머스크가 유럽 정치인들에게 악플을 달고 007 영화 악당처럼 혼란을 유발하지 말고 과거처럼 공상과학(SF) 영화와도 같은 원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뚝심 있게 이를 현실로 만드는 ‘아이언맨’과 같은 영웅적인 면모를 다시 보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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