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지도자·행정가 경험 높이 평가받아
이기흥, 논란 넘지 못하고 3선 실패
유승민 “현안 풀어가는 데 역할 다할 것”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이 3선에 도전한 이기흥 현 대한체육회장을 누르고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당선되는 이변이 나왔다. 이기흥 회장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각종 논란에 문화체육관광부의 직무정지 여파를 이기지 못했다.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치러졌다. 선거 결과 유승민 후보가 이기흥 회장 등 5명의 후보를 꺾었다.
이번 선거엔 총 선거인단 2244명 중 1209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순번 순으로 이기흥 후보 379표, 김용주 후보 15표, 유승민 후보 417표, 강태선 후보 216표, 오주영 후보 59표, 강신욱 후보가 120표를 획득했다. 무효표는 3표 나왔다.
이날 치러진 선거는 대한체육회가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 진행됐다.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직무정지 상태인 이기흥 회장의 3선 도전 성공 여부였다. 4년 전 열린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선 이 회장을 제외한 4명의 후보가 ‘반 이기흥’ 전선을 형성했는데, 후보가 4명으로 나뉘며 표가 분산되며 이기흥 회장이 과반 득표를 하지 못했음에도 승리했었다.
이에 체육계에서는 제42대 선거도 반 이기흥 세력이 단일화에 실패해 5명으로 분산된 만큼 이 회장의 연임 성공 가능성이 더 크다는 쪽에 무게가 실렸었지만, 예상과는 달리 유승민 후보가 이 회장을 38표 차이로 꺾었다.
이러한 결과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이 회장의 가족 지인에 대한 채용 개입, 후원 물품 사적 유용 관련 의혹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체육계 내에서의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고 판단,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한 회장 직무 정지 상태에서도 체육회 자체 심사 통과를 명분 삼아 무리한 3선 도전에 나섰지만, 최종 낙선했다.
유 당선인은 현역 시절 탁구 영웅으로 국민에게 이름을 알렸다. 선수 은퇴 이후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대한탁구협회장 등을 역임하며 35년간 선수, 지도자, 행정가 등으로 여러 경험을 쌓았다. 이러한 경험을 어필해 개혁을 원한 선거인단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유 당선인은 △선수·지도자 연결 시스템 도입 △지방체육회와 종목단체 자립성 확보 △학교 체육 활성화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특히 비인기 종목 지도자들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직접 보며 대안책을 마련한 것도 주요 승리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유 당선인은 “기분이 좋은 것 보다도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체육계 현안이 많다. 하나씩 풀어가야 하는데 혼자는 불가능하다. 체육인 여러분들이 함께 힘을 모아준다면 부족하지만, 역할을 다 해보겠다”는 당선 소감을 밝혔다.
새 회장이 된 유승민 당선인은 이 회장 논란으로 시작된 체육계를 향한 국민의 부정적인 시선 해소를 포함해 체육계의 여러 현안과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또한, 그는 임기 동안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2028 로스앤젤레스 하계올림픽 등 여러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을 이끌 소임을 맡게 된다.
당선된 유승민 후보는 2029년 2월까지 4년간 대한체육회장의 직무를 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