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의원이 3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불거진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의혹을 보도하지 않는 데 대해 “MBC가 유족과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좀 제대로 조사했으면 좋겠다”며 진행자 면전에서 직격탄을 날렸다.
유 전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정치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돌연 앵커에게 “제가 하나 여쭤봐도 되나”라고 물었다. 이어 “앵커님도 프리랜서시냐. MBC 프리랜서 사고가 났던데, MBC에서는 왜 그걸 제대로 보도하거나 조사하지 않는 거냐”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직장 내 괴롭힘 같은 문제가 있었으면 MBC 같은 방송사가 가장 적극적으로 진상조사를 하고 반성하고 사과할 점이 있으면 사과해야 할 것”이라며 “다른 매체에서는 다 보도하고 이러는데, 정작 당사자인 MBC에서는 어떻게 그걸 안 하나. 제가 궁금해서 앵커님 의견을 한번 여쭤보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진행자는 “저도 프리랜서니까 관찰자 시점에서 말씀드리면 MBC에서 내놔야 하는 것은 지금 보도가 아니라 입장 아니겠나”라면서 “입장을 내놓기 위해선 정확한 진상조사가 선행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유 전 의원은 “진상조사 하기 전에 입장 나온 건 아시냐”라고 되물으며 “입장에 ‘유족이 요청하면 진상조사 할 수 있다’라는 것도 이상했지만, ‘MBC를 흔들기 위한 준동’이라는 식으로 표현해서 깜짝 놀라 비판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MBC가 유족,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제대로 조사했으면 좋겠다. 아무도 이야기를 제대로 안 해서 불편한 이야기를 말씀드린 것”이라고 당부했다.
2021년 MBC 공채 기상캐스터로 입사한 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났다. 사망 약 3개월 뒤인 지난달 27일 고인의 유서가 공개됐다. 유족이 서울중앙지법에 고인의 직장 동료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인이 생전에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MBC는 지난달 27일 낸 입장문에서 “무슨 기회라도 잡은 듯 이 문제를 MBC 흔들기 차원에서 접근하는 세력들의 준동에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이에 파문이 일자 MBC는 지난달 31일 “고인의 사망 원인 및 진실 규명을 위해 외부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는 공식 입장을 다시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