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진단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중동·아프리카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한다. 자체 개발 기술력을 기반으로 현지 최대 진단·의료기기 전시회에 출동해 주목받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3일부터 6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는 ‘메드랩 2025(Medlab Middle East 2025)’에는 전 세계 800여개 기업과 2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올해로 9회를 맞이한 메드랩은 글로벌 의료기기 트렌드를 확인하고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기회의 장으로 꼽힌다.
국내 기업들은 우선 인공지능(AI) 진단 기술을 앞세웠다. AI 기반 혈액 및 암 진단 솔루션 ‘마이랩(miLab™)’을 보유한 노을은 이번 행사에 대규모 부스를 마련하고 현지 고객들과 소통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전날 기준 파트너링 관련 문의와 미팅이 40여 건에 이르렀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 중동 주요국에서 혈액분석 솔루션과 자궁경부세포검사 솔루션에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중동 최대 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의료기기 시판허가를 획득한 노을은 메드랩에서 본격적으로 딜러와 파트너사를 발굴하고, 주요 의료기관과 협력 가능성을 모색했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중동으로 보폭을 넓히고, 아시아 지역으로도 확장할 계획이다. 임찬양 노을 대표는 “중동 시장 진입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라고 말했다.
유전체 분석 기반 희귀질환 진단 기업 쓰리빌리언(3billion)은 AI 유전변이 해석 소프트웨어 ‘GEBRA’를 선보였다. GEBRA는 전장유전체(WGS) 및 전장엑솜(WES) 데이터를 활용해 98.1%의 정확도로 5분 이내에 진단을 완료할 수 있어 의료진의 업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전 세계 10여 개국 기관을 대상으로 베타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다양한 글로벌 기관들과 제품 공급 협의를 진행 중이다.
쓰리빌리언은 이번 메드랩에서 GEBRA의 인지도를 높이고 도입 기관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숙진 쓰리빌리언 사업총괄이사는 “유전 진단 분야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AI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다”라면서 “더 많은 중동 국가의 고객을 유치하는 계기로 삼겠다”라고 강조했다.
엔젠바이오는 AI 기반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정밀진단 솔루션의 공급 계약을 타진했다. 특히 아랍에미리트 정부가 NGS 검사를 기반으로 국가 차원의 유전체 분석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만큼, 협력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글로벌 입지 강화를 위한 체외진단 전문 기업들의 노력도 이어졌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질병의 유무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신속면역진단 ‘스탠다드 큐(STANDARD Q)’와 형광면역진단 ‘스탠다드 에프(STANDARD F)’, 1시간 이내 검사 결과 확인이 가능한 현장분자진단플랫폼 ‘스탠다드 엠텐(STANDARD M10)’ 등 주요 브랜드의 다양한 제품을 전시했다.
호흡기 질병 진단 제품은 아랍에미리트 지역에서 널리 쓰이고 있으며, 이집트와 쿠웨이트에는 스탠다드 에프의 공급이 활발하다. 김용진 에스디바이오센서 해외영업본부 이사는 “전시 기간 동안 다양한 관계자와 미팅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젠텍은 이번 전시회에서 알레르기 진단 장비 및 시약과 여성호르몬 5종 검사 디지털 플랫폼, 현장 신속진단키트 등 진단검사 토탈 솔루션을 소개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알제리 등을 중심으로 주요 유통망을 모두 확보했으며, 메드랩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신규 공급망을 만들 예정이다. 손미진 수젠텍 대표는 “약 10년간 메드랩 전시회 참가를 통해 세계 각국의 업계 관계자들과 두터운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라고 설명했다.
중동 및 아프리카 체외진단 시장은 만성질환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면서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모르도르 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에 따르면 이 시장은 2025년 47억4000만 달러(약 7조 원) 규모로 추정되며, 2030년에는 60억4000만 달러(약 9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