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로 잠삼대청(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일대 주요 단지 집값이 들썩일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 목적의 가수요가 늘면서 가격을 밀어 올릴 것이 유력하다는 이유다. 규제 해제가 불발된 압여목성(압구정·여의도·성수·목동)과 재건축 단지 일부에선 형평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부동산 전문가들은 토허제 해제 이후 갭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해당 이슈가 가격에 선반영 된 데다 금리, 시장 상황 등이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반짝' 상승에 그칠 것이란 의견이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에 유동자금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규제 해제 지역은 갭투자가 늘고 가격이 오를 것"이라며 "아직 금리가 높고 경제가 불안정한 것을 고려할 때 단기간 상승했다가 일정기간 후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갭투자가 늘어날 여지는 분명히 있지만, 잠삼대청은 이미 호가가 많이 오르는 등 기대감이 선반영 됐기 때문에 폭등 수준으로 오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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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상경투자'로 불리는 지방에 묶여있던 유동자금이 유입될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지방은 토허제에 묶여서 못 움직이던 대기 자금들이 있는데, 핵심지역을 중심으로 이런 자금들이 많이 유입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특히 잠실과 삼성동 일대에 눈에 띄는 매수세가 유입될 것이란 예상이다. 현재 코엑스~잠실종합운동장 일대는 국제교류복합지구로 지정돼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 잠실 마이스(MICE) 복합 공간, 영동대로복합환승센터 등 다수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잠실 대장주 단지들의 호가는 국민평형(전용면적 84㎡) 기준 30억 원대로 올라온 상태다. 권 교수는 "잠실과 삼성 일대 대규모 복합개발이 호재로 작용해 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도 비슷한 예상이 나온다. 잠실 엘스 인근 공인중개소 대표는 "잠실 대장 단지들은 호가가 많이 뛰었고 매수 문의도 많다. 집주인들이 가격을 저울질 하느라 급매물을 거두기도 하는 등 매수자와 매도자 간 간보기가 치열하다"고 말했다.
이는 '교육 1번지' 대치동도 대동소이한 분위기다. 대치동 인근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래미안대치팰리스 등 이미 재건축 완료한 단지 집주인들은 집값 상승을 기대해 매물 거두거나 최근 한 달 사이 전화로 호가 올리기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반면 토허제 지정 기간이 연장된 압여목성 일대에선 형평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들 지역은 2021년 4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상태다. 목동 14개 신시가지 아파트와 여의도 재건축 단지 등 굵직한 재건축 단지가 포함돼 있다.
여의도 인근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만 빼고 풀어준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소유주 사이에선 지금까지 묶여있던 기간 동안의 재산권 침해가 심했고 형평성 안 맞다며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침체된 시장 상황을 고려한 규제 완화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일부 쪼개기를 하게 되면 사업성이 떨어지는 모아주택 등은 토허제로 묶어서 투기를 방지할 필요는 있지만,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은 상태를 고려해 여의도, 목동 일부 단지를 해제하는 것이 시장 안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