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재편 후 신사업, 해외 진출로 수익 다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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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보험산업 구조는 우리나라와 유사하다. 보험시장과 직결되는 저출산ㆍ고령화 문제를 겪는 사회적 환경도 흡사하다. 기업의 성장성 핵심 지표 중 하나인 자기자본이익률(ROE) 현황만 봐도 비슷한 점이 많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2023 회계연도 기준 도쿄해상니치도화재(8.00%)와 손보재팬(7.70%), AIG손해보험(9.00%)은 일본의 3대 금융그룹보다 높은 ROE를 기록했다. 다이이치생명(7.00%)도 금융그룹 수준과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일본 3대 금융그룹의 ROE는 △미쓰비시UFJ은행(MUFG) 8.10% △스미토모 미쓰이 파이낸셜그룹(SMFG) 7.04%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MIZUHO) 7.01% 순이다.
일반적으로 손해보험사들의 ROE가 금융그룹보다 높은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KB금융, 신한금융, 우리금융이 8%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삼성화재, DB손보가 각각 13%, 19%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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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본 보험사들의 경쟁력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해외 사업 비중이 대표적이다.
도쿄해상은 2023년 상반기 기준 해외이익 비중이 73.3%를 넘었다. 2010년부터 미국과 영국, 아시아 등에서 인수합병(M&A)을 통해 적극적인 해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2015년 HCC 인슈어런스 홀딩스를 당시 최대 규모였던 75억 달러에 인수 후 볼트온(Bolt-on) 전략도 활용했다. 볼트온은 하나의 기업을 사들인 뒤 다른 유관 기업을 인수해 개별 기업의 가치보다 더 높은 가치를 만들어내는 전략이다. 2012년에는 미국 보험사 델파이 파이낸셜 그룹(DFG)을 인수해 운용 위탁하는 자산을 증액했다.
손보재팬도 해외이익 비중이 61.4%에 달한다. 싱가포르, 터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아시아 지역에 진출하고, 영국 특수보험 전문그룹을 인수하는 등 대규모 자본을 투자하고 있다.
반면 국내 생손보사들의 해외사업 비중은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성장 격차의 결정적 배경은 산업 구조개혁이다.
일본은 1995년 신(新)보험업법을 제정해 보험사의 생·손보업 상호 진입 허용, 손해보험요율 산정회 제도 개선, 상품·요율 신고제 도입 등을 순차적으로 시행했다. 손해보험 가격 자유화, 생·손보사의 자회사 설립 허용, 교차판매제도 도입, 보험대리점 자유화 등의 정책도 추진됐다.
일본은 1999∼2018년 보험산업 재편을 촉진하기 위해 조세·금융 등을 지원하는 '산업활력법'을 강화해 '산업경쟁력강화법'을 제정, 미래 산업 투자와 효율성 강화를 위해 인수합병(M&A) 확대를 유도했다. 기업이 사업 재편 승인 대상으로 인정되면 △기업분할 △M&A △새로운 생산·판매 방식 도입 등 승인받은 계획에 대해 세제 및 금융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합병에 필요한 자금, 생산성 향상 설비 자금 등을 5년 이상 장기·저금리로 지원하는 금융 혜택도 있다.
그 결과 2000년대 초에 20개 정도였던 은행은 3대 은행그룹으로 재편됐다. 보험업계도 3대 생명보험, 5대 손해보험 그룹 중심으로 다시 짜여졌다.
일본 보험사들은 각종 규제가 완화되자 기존의 보험상품 외에도 다양한 신사업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일부 보험사는 노후 대비 및 건강 관리와 관련된 신상품을 출시하고, 노인 요양사업과 같은 실버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입했다. 신사업은 기존의 보험 상품만큼 높은 수익성을 보이며, ROE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대형사들은 전통 보험사업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보험과 결합을 할 수 있는 관련 사업에 진출해 장기적 관점에서 수익구조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주로 △온라인 보험업 △법인 보험대리업 △해외보험사업 △보증사업 △헬스 케어 △간병사업 등 진출해 있다.
2010년대에는 전통적 무역국가에서 투자국가로 산업 전환을 위해 기업의 해외진출을 촉진하는 일본 재흥전략과 해외금융 정책이 추진됐으며, 이는 손보재팬과 다이이치생명 등이 해외진출을 활성화하게 된 주요 근거가 됐다.
우리나라도 보험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금융당국이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험사들의 각종 신사업 진출에 나설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우 보험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성장기에서 성숙기로 접어든 2000년대 중반 이후 일본 보험산업과 유사하므로 향후 저성장기에 대비해 일본 보험사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의 수익 다변화 사례는 인구사회 변화 등의 시장 수요 변화, 복지·금융·보험 규제 완화와 산업 정책 등에 의한 종합 결과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