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폐플라스틱을 씻고 부숴 페트칩으로…삼양에코테크 시화공장

입력 2025-03-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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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단일 공장에서 병행 생산
선별부터 세척, 중합까지 30단계 거쳐 재활용 페트 칩 생산
“소비자 건강에 직결되는 소재…까다로운 검증 거친다”

▲삼양에코테크에서 생산하는 페트 플레이크가 광학선별기를 지난다 (사진제공=삼양에코테크)
▲삼양에코테크에서 생산하는 페트 플레이크가 광학선별기를 지난다 (사진제공=삼양에코테크)

18일 오후 찾은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삼양에코테크 시화공장. 수거된 폐페트병을 모아 압축해 벽돌 모양으로 묶어놓은 ‘페트 베일’을 가득 실은 트럭이 공장 입구로 들어서고 있었다.

투명 페트병부터 유색 페트병, 맥주병이 섞여 알록달록한 블록을 연상시키는 페트 베일들이 쌓인 창고를 지나 공장 안으로 들어서면 재활용 설비가 돌아가는 소리가 굉음처럼 귓가를 때렸다. 소음이 얼마나 큰지 바로 옆사람의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시화공장은 물리적 재활용 방식으로 연간 폐페트병 4만5000톤(t)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한 공장에서 페트 플레이크와 재활용 칩을 생산할 수 있는 건 시화공장이 국내에서 유일하다.

▲삼양에코테크 시화공장에 적재된 페트 베일 (김민서 기자 viajeporlune@)
▲삼양에코테크 시화공장에 적재된 페트 베일 (김민서 기자 viajeporlune@)

첫 단계는 베트 베일에서 순수 페트병만 선별하는 일이다. 폐기물 사이에 낀 이물질은 체에 거르고, 비닐은 바람에 날린다. 금속은 자석을 이용한 와류 형성기로 분류시킨다. 남은 페트병들은 습식 방식으로 라벨을 떼낸다.

기계들이 바삐 돌아가도 한 번 만에 투명 페트병만 선별해내긴 어렵다. 삼양에코테크는 11기의 광학선별기를 도입해 정확도를 높였다. 센서가 재질, 색상, 형태별로 페트병을 구분해낸다.

예컨대 근적외선 램프가 달린 광학선별기 아래로 페트병들이 지나갈 때 ‘투명한 페트병만 분류’하도록 명령을 내리면 바람을 불어 투명한 페트병만 분류시킨다. 한 번의 작업만으론 정교함이 떨어지기 때문에 다음 광학선별기에선 투명하지 않은 페트병을 선별하도록 명령하고, 이를 여러 차례 반복한다.

대부분의 과정이 자동화됐기 때문에 작업자는 10명 이내로 적었지만, 그럼에도 사람의 손이 필요한 단계가 있다. 광학선별기로도 분류되지 못한 페트병은 직접 작업자들이 분류하는 단계를 거친다.

▲삼양에코테크 시화공장에서 생산되는 페트 플레이크 (김민서 기자 viajeporlune@)
▲삼양에코테크 시화공장에서 생산되는 페트 플레이크 (김민서 기자 viajeporlune@)

기나긴 분류 과정이 끝나면 분쇄실에서 플레이크가 생산된다. 약품 세척 2회, 헹굼 4회, 건조 1회로 오염도를 낮추는 작업이 이어진다. 2~12㎜ 크기가 아닌 플레이크를 선별하고, 투명 플레이크와 혼합 플레이크를 분류하면 마무리다.

이렇게 만들어진 플레이크를 압출해 잘라내고, 고상중합 등 9단계의 고난도 공정을 거치면 재활용 페트 칩이 탄생한다. 공정 중간중간 오염 제거를 위한 세척과 이물 제거 필터들이 작동한다. 재활용 칩은 식품 용기 또는 장섬유용으로 사용된다.

재활용 소재는 품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삼양에코테크는 물리실험실과 유기실험실을 갖추고 매일 자체적인 품질 평가를 진행한다. 회사 관계자는 ”식품을 담는 용기는 소비자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에 더욱 까다롭게 확인하고 검증한다”고 말했다.

물리실험실에서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이물질 함량, 페트 플레이크의 크기와 균일도, 잔류 수산화나트륨, 밀도 평가 등을 한다. 유기실험실에서는 재활용 칩의 고유점도 분석, 휘발성 유기 화합물 분석, 아세트알데히드 함량 분석, 색차 평가, 수분 함량 평가, 용융지수 평가 등을 진행한다.

이건호 삼양에코테크 대표이사는 “재활용 칩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품질 저하 여지는 있지만, 품질을 얼마나 일관되게 유지하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며 “국내 최고 빈도로 품질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표는 “생수나 아셉틱 음료병에는 재생원료 100%를 사용해도 품질 문제가 전혀 없고, 내열병과 내압병은 30%, 50%까진 무리가 없었다”며 “이 비율을 확대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지만, 현재 기술 수준으로도 2030년 환경부 로드맵(재생원료 의무 사용 비율 30%)을 충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활용_페트칩의_비율별_페트병 (사진제공=삼양에코테크)
▲재활용_페트칩의_비율별_페트병 (사진제공=삼양에코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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