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찾는 알래스카 주지사…韓, LNG 개발 참여 급물살 타나

입력 2025-03-2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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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장관, 던리비 미 알래스카 주지사와 25일 면담
대만, 미국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공사와 LNG 구매·투자의향서 체결
한미 무역수지 개선·에너지 안보 강화 장점에도 불투명한 사업성 우려

64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입될 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사업에 한국 참여 여부가 급물살 탈 전망이다. 지난달 일본이 참여 의향을 밝힌 데 이어 최근 대만이 구매·투자의향서를 체결, 우리 역시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미 무역수지 개선과 유리한 운송비, 에너지 안보 강화 등의 장점에도 불투명한 사업성이 참여 결정에 신중을 요구한다. 정부는 방한 중인 미 알래스카 주지사를 만나 어떤 협력을 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협의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안덕근 장관은 25일 오후 마이크 던리비 미국 알래스카 주지사와 만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만남에서 구체적인 협력 방안에 대한 협의를 예상하고 있다.

안 장관은 전일 기자들과 만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와 관련해 "미국도 범정부 차원에서 알래스카 LNG 사업에 관심이 많다"라며 "알래스카 주지사가 방한한 계기에 만나서 알래스카 상황이 어떤지 구체적으로 협의를 해보고, 한국이 어떤 협력을 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알래스카 푸르도베이의 유전 시설. (EPA/연합뉴스)
▲알래스카 푸르도베이의 유전 시설. (EPA/연합뉴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연중 -40도까지 내려가는 북극권 동토인 알래스카 노스슬로프 지역의 푸르도베이에서 난 천연가스를 새로 건설할 약 1300여㎞ 가스관을 거쳐 앵커리지 인근 부동항인 니키스키까지 날라 액화한 뒤 수요지로 공급하는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다. 총투자비는 초기 추산으로만 약 450억 달러(약 64조 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알래스카 주정부에 따르면 푸르도베이 유전 일대에서 상업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된 가스는 34Tcf(조입방피트)로, LNG로 환산하면 약 4억3000만 톤이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가 약 10년간 쓸 수 있는 규모다.

엑손모빌 등 글로벌 오일 메이저 기업이 2014년 개발사업을 시작했지만, 북극해 인근이라는 지역 특성에 따른 개발의 어려움에 당시 국제 천연가스 가격 하락 등까지 겹쳐 사업성 문제로 민간 기업들이 빠져나가면서 개발이 멈췄다.

이후 알래스카 주정부는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해 2020년 연방 정부로부터 공사 승인을 받았으며 올해 1월 미국 에너지 개발사인 글렌파른과 계약을 맺어 이 회사가 시행사 역할을 해 자금 조달 등 프로젝트 진행을 책임지게 했다.

알래스카 주정부는 2031년부터 연간 약 2000만 톤의 LNG를 동아시아 등 수요지에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사업이 조명받는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사업 추진 의지가 표출되면서다.

집권 2기 들어 석유·가스의 대대적 증산을 통해 자국 에너지 산업의 재건을 꿈꾸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 제한을 푸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의회 연설에서 "나의 행정부는 알래스카에 세계 최대 규모 중 하나인 거대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고 있다"며 "일본, 한국, 그리고 다른 나라들이 각각 수조 달러씩 투자하면서 우리의 파트너가 되길 원하고 있다"고 말하며 공식적으로 참여 결정을 하지 않은 일본과 한국의 참여를 우회적으로 강요했다.

중국에 이어 세계 2, 3위 LNG 수입국인 일본과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의 사업 참여는 사업의 성패로 가눌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알래스카 주정부가 예상하는 연간 2000만 톤의 LNG는 일본 연간 도입량의 4분의 1, 한국의 경우 절반에 해당하는 양으로 한일 양국의 사업 참여는 판로가 확보된 상황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7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이시바 총리와 회담한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선물하고 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7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이시바 총리와 회담한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선물하고 있다. (뉴시스)

일본은 지난달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방미를 계기로 적극적으로 참여 의향 밝힌 바 있으며, 대만의 경우 국영 석유기업인 대만중유공사(CPC·台灣中油)가 20일 타이베이에서 미국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공사(AGDC)와 액화천연가스(LNG) 구매·투자의향서를 체결하며 참여를 공식화했다.

대만이 가장 먼저 의향서를 체결한 것은 트럼프 신정부 출범 이래 무역 압력을 받는 것에 더해 미국의 모호한 대만 방어 의지를 보임에 따라 심각한 안보 우려에 시달려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본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흑자국에 대한 '관세 폭탄'을 예고하자 이번 개발 사업에 참여 의향을 밝히며 향후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를 통한 미국의 불만을 줄이는 것에 더해 트럼프의 환심도 샀다.

일본의 관심 표명과 대만 의향서 체결로 한국도 사업 참여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할 시기가 도래했다.

정부는 알래스카 프로젝트의 기회와 리스크를 면밀히 분석한 후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업 참여의 장점은 명확하다.

먼저 미국산 LNG 수입을 늘리고 이를 통해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면 무역수지 불균형을 줄일 수 있다. 알래스카 가스 구매가 미국발 통상·안보 압력을 완화하는 지렛대가 되는 셈이다. 또한 중동에 치우친 에너지 도입선을 다변화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

알래스카 프로젝트의 가장 큰 장점은 거리상 운송 기간이 짧다는 점이다. LNG 운송선이 알래스카 남쪽에서 한국까지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8일이다. 중동이나 미국 멕시코만에서 생산된 LNG가 한국으로 운송되는 데는 수 주일이 소요되는 것과 비교해 운송비에서 큰 이득을 볼 수 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참여해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다면 철강·건설·조선 기업들이 LNG 플랜트 건설과 관련 기자재 공급에 참여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도 크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하게 원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올라타 동맹국의 지위를 한층 더 강화할 수도 있다.

반면에 단점 또한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총투자비가 한국 연간 예산의 10%에 육박할 만큼 투자 부담이 상당한 데다, 알래스카의 혹독한 기후 환경을 고려하면 향후 건설·운영 비용이 예상보다 증가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또한, 미국 내에서 알래스카 환경 보호 문제로 바이든 정부 때 개발이 금지됐던 데서 볼 수 있듯이 개발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첨예했다는 점에서 정치·사회적 요인으로 인한 장기적인 사업 안정성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경제성보다 정치적 고려가 앞설 경우 트럼프 행정부 이후 정책 변화에 따라 사업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 강화로 신재생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LNG 수요의 변동성도 프로젝트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이와 같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기회와 리스크를 면밀히 분석 후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지만, 한미 협상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사업 추진 의지로 국정과제처럼 부각된 사업인 만큼 한국의 참여는 양국 통상에서 중요한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라며 "사업성과 경제성, 장기적인 사업 안정성 등 다각도로 사업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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