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석유거인 BP '풍전등화'

입력 2010-06-1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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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6단계 추락, 원유유출 피해보상액 천문학적 수준

영국 대형 석유회사인 BP가 지난 4월말 미국 멕시코만에서 일으킨 원유유출 사고 여파로 바람 앞의 촛불 신세로 전락했다.

잇따른 유정 봉쇄 실패로 해양 피해가 급확산되면서 미국에서는 거액의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가총액은 사고 전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가운데 신용평가사 피치가 15일(현지시간) BP의 신용등급을 ‘AA’에서 ‘BBB’로 단번에 6단계나 강등하는 등 신용 불안이 끊이지 않고 있다.

15일 뉴욕 증시에서 BP의 주가는 장 초반 상승세를 나타냈으나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 소식에 장중 한때 5%대 급락했다.

지금까지 원유 회수나 배상 등에서 BP가 부담한 금액은 14일 현재 16억달러(약 1조9648억원). 사고 직전 1850억달러 가량이었던 BP의 시가총액은 지난 14일 현재 900억달러대로 거의 절반 가까이가 증발했다.

BP의 주가가 계속 하락하는 것은 원유 유출에 따른 피해 보상액을 전혀 어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피해 규모가 크다는 이야기이다.

미 의회는 BP에 대해 현지 주민의 구제 자금 명목으로 200억달러를 유치하도록 촉구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5일 사고 현장을 또 다시 방문해 “BP가 일으킨 피해에 대한 배상을 명확히 하겠다”며 BP에 대한 책임부담을 단언했다.

BP의 연간 순이익은 원유 가격 하락으로 20%의 이익이 감소한 2008년도에도 166억달러에 달했다. 과거 몇 년동안 BP는 연간 2000억~3000억달러대의 매출과 200억달러 이상의 이익을 확보해왔다.

그러나 올해 3월말 현재 보유현금은 겨우 68억달러로 금융기관에 손을 내밀어야 하는 처지로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현금마련에 분주하다.

BP 이사회 내달 27일 발표 예정인 2분기 배당금액을 줄이거나 배당시기를 늦추는 것 외에 배당금의 일부 혹은 전부를 배당금이 아닌 '가증권' 형태로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P는 배당을 취소할 경우 연간 105억달러를 절약할 수 있어 자금 줄이 막혀 파산할 우려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피치 역시 BP의 신용등급 강등과 관련해 “BP가 4분기 배당을 중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재무 악화를 막으려면 배당 중단은 어쩔 수 없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BP의 추락은 글로벌 정유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BP는 매출 규모에서 미국 엑슨모빌과 영국-네덜란드계 로열더치쉘에 이어 업계 세계 3위 기업이다. 그러나 주가 급락으로 시가총액은 브라질의 페트로브라스와 미 셰브론보다 낮아졌다.

시장에서는 중국 정유업계의 대두를 포함해 BP가 인수합병(M&A)과 사업 재편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부상하고 있다.

BP의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대비한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의 보증료율은 사고 전 0.4~0.5%대에서 최근에는 4%대까지 급상승했다. 이는 재정 위기로 고전하는 그리스와 같은 수준.

한편 영국이 자랑하는 정유 메이저인 BP가 미국에서 원유 유출 사고를 내면서 전통적 우방인 미국과 영국의 관계에도 미묘한 갈등이 피어 오르고 있다.

미국에서 BP에 대한 비난이 갈수록 거세지자 영국이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반격에 나선 것.

지난 11일 미 하원의원 40명은 기름유출로 환경재앙이 닥친 멕시코만을 되살릴 때까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기 때문에 주주들도 고통을 분담하도록 배당금 지급을 유보하라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의 15일 전화회담에서 "BP에 대한 비판은 반영 감정이 아님"을 분명히했다.

그러나 영국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하락을 막기 위해 BP를 맹목적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파이낸셜 타임스(FT)는 "BP가 회사 명칭을 10년 전에 현재명으로 변경했음에도 오바마 대통령이 이 회사를 번번히 '브리티시 페트롤리엄'이라고 부르는데 대해 일침을 가했다.

텔레그래프는 사설을 통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확고히 맞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주요 연기금은 BP의 배당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배당을 유보하라는 미 정계의 요구에 대한 반발이 더욱 거세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재정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데다 멕시코만 원유 피해 규모를 감안할 때 BP를 전면적으로 옹호하기는 어려워 출범한지 1개월된 캐머런 정권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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