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의 개방으로 축산농가의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EU산 삼겹살의 경우 가격이 국내산의 절반도 안 될 정도로 가격경쟁력이 뛰어나 FTA 발효 후 수입이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
26일 관세청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EU지역에서 수입된 냉동 삼겹살은 6만1238t으로 우리나라에서 소비된 22만t가량의 삼겹살 가운데 30% 가까이 차지했다.
하지만 한-EU FTA가 발효되면 뛰어난 가격경쟁력으로 인해 수입이 추가로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지난달 냉장 삼겹살의 국내산 도매가격은 ㎏당 1만5000원 가량으로, EU와의 FTA 협상이 타결되던 지난 2009년에 비해 20% 이상 올랐다. 구제역 파동 등으로 공급물량이 줄어든 탓이 컸다.
EU산 삼겹살의 가격은 가장 비싼 네덜란드산이 ㎏당 6250원으로 국내산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수입 삼겹살이 냉동 제품이어서 선호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해도 가격경쟁력은 월등히 앞선다.
나아가 한-EU FTA가 발효돼 양국 간 무역이 증대되면 삼겹살을 비롯한 EU산 축산제품의 수입 또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칠레 FTA 발효 후 축산물 수입 동향에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2004년 4월 칠레와의 FTA가 발효되기 전인 2003년 칠레에서의 돼지고기 수입량은 3000만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FTA 발효 후 칠레에서의 농축산물 수입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칠레산 돼지고기 수입은 1억1300만달러에 달했다. 6년 만에 수입량이 3배 이상으로 급증한 것이다.
여기에 FTA 발효 전 관세율이 26.2%였던 돼지고기 관세가 2013년 완전히 철폐되면 칠레산 돼지고기 수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만약 EU산 돼지고기 수입이 칠레산의 전철을 밟는다면 한.EU 발효 후 국내 축산농가는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EU산 냉동 삼겹살은 발효 후 10년 안에 관세가 완전 철폐된다. 정부는 한-EU 발효 후 축산업 피해가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EU에 이어 FTA 비준동의가 추진되고 있는 미국, 올해 안으로 FTA 협상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는 호주 등이 모두 '축산대국'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축산농가의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